마약으로 3만명 사망자 낸 멕시코, 대통령 오브라도르 “일부 마약 합법화 검토”

입력 2018-10-08 14:18

‘마약과의 전쟁’이 10년 이상 벌어지고 있는 멕시코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마약의 합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TV 아스테카 등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중북부 사카테카스주에서 열린 당선 감사 집회에서 “일부 마약의 합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빈곤·범죄와의 전쟁에 있어 폭넓은 전략의 하나로 일부 마약의 합법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오는 12월 1일 취임한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치안 불안정과 폭력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국방장관이 내놓은 ‘의료 용도 아편’의 합법화 제안은 그러한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이 양귀비 씨를 심는 걸 예방하기 위해 그들에게 더 많은 옥수수 재배 대가를 지급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브라도르는 대선 선거운동 당시부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마약 조직원이나 마약 재배 농민들에 대해선 사면 가능성을 예고했다. 가난이 반복되는 사회 구조가 마약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악순환에 떠밀린 말단 조직원과 일부 농민들에게는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오브라도르는 당선 후에도 시민 좌담회 등에서 이런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다. 정권 인수위원회 소속 일부 인사는 합법적인 아편·마리화나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과거 보수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왔던 과거의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2006년 이후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군을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투입했지만 소형화된 마약 조직이 계속 재생산 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마약 밀매를 놓고 치열한 이권 다툼이 계속되는 탓에 지난해에만 총 3만 1174명이 살해된 것으로 집계됐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