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가 있었다. 농구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했다. 2016년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지 약 2년 3개월 만이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고 귀국한 지 이틀만이었다. 동메달이 문제가 아니라 숨은 사임 배경은 두 아들의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병역 특혜 논란이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나온 보도를 보면 허 전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반론을 무시하고 두 아들의 발탁을 강행했다고 한다.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어떠할까. KBO의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을 보자. 제4조 ‘대표팀 선수 선발 및 해산’ 1항에는 “대표팀 선수의 선발은 대표팀 감독 및 기술위원회가 선발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KBO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기술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표팀 전임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위원회가 1차적으로 선수 선발을 맡았다. 최종 선발 때 대표팀 감독이 기술위원회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는 구조였다.
2017년 7월 선 감독이 대표팀 전임 감독을 맡았다. KBO는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3조 5항을 꺼냈다. “총재는 대표팀 선수 선발을 위하여 기술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필요시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에게 기술위원의 역할을 위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위임할 수 있는 규정을 들어 KBO과 선 감독은 기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KBO는 모든 권한을 선 감독에게 위임했다. 선수 선발부터 코칭스태프 구성, 회의에 이은 보고까지 모든 과정의 최종 책임자가 선 감독인 것이다. 4조 1항 기술위원회 조항에 처벌 조항이 없으니 지킬 필요도 없었다.
기술위원회에 모인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선수들을 선발해도 논란이 일어왔던 전례를 볼 때 감독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런 사이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공개 석상에서까지 소속 선수의 발탁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기술위가 옥상옥 조직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그렇지 않다. 기술위는 선수들의 기량만 보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여론까지 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LG 트윈스 오지환 선수의 병역 논란에 대해 주변에서 누군가가 조언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선 감독이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 회장과의 전화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아마추어 야구계의 반발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구멍가게를 차릴 때도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는 게 기본이다. 견제 역할을 맡아야할 KBO는 ‘전임 감독’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방관으로 일관했다.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하려면 견제장치 마련은 필수임에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팀 감독 정도의 위치라면 스스로 알아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기본이다. 7명만의 코칭스태프만으로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일방적으로 끝내려 한 게 큰 오산이었다. 선 감독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 소통은 7명만의 몫이었다. 여론과 야구계와는 불통이었다.
KBO의 반박이 있을까봐 추가한다.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6월 22일이다. 대표팀 엔트리 24명을 발표한 날은 그달 11일이다. 11일 뒤에 열린 셈이다. 이 위원회에서 한 일은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승인 뿐이었다. 말그대로 요식행위였다.
결국 오지환 사태는 기술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고 여론과 담을 쌓았던 선 감독이 스스로 자초한 참극인 셈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