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왕’ 하빕에 두들겨 맞은 ‘타격왕’ 맥그리거… 적중률 48% 헛스윙

입력 2018-10-07 14:56
코너 맥그리거가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패배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AP뉴시스

‘타격왕’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러시아·이상 30세)에게 두들겨 맞았다. 적중률 50%에 미치지 못하는 헛스윙으로 완패를 당했다.

하빕은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맥그리거를 상대로 4라운드 2분57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벨트를 지켰다.

맥그리거와 하빕의 대결은 반년 전 악연을 차치해도 각각의 개성 있는 공격방식으로 주목을 받은 승부였다. 맥그리거는 태권도, 복싱으로 강력한 킥과 펀치를 휘두르는 타격기술의 강자. 하빕은 반대로 그라운드기술에 능수능란하다. 요약하면 ‘타격왕’과 ‘잡기왕’의 승부였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타격을 효율적으로 꽂아 넣은 쪽은 맥그리거가 아닌 하빕이었다. 타격 적중횟수에서 하빕은 99회로 68%의 적중률을 기록했다. 맥그리거는 고작 37회만 성공했다. 맥그리거의 타격 적중률은 시도 횟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48%였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오른쪽)가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코너 맥그리거의 펀치를 피하며 안면에 레프트 펀치를 꽂고 있다. AP뉴시스

하빕은 테이크다운에서도 앞섰다. 모두 네 차례 성공했다. 모든 라운드마다 맥그리거를 한 차례씩 쓰러뜨렸다. 반면 맥그리거는 한 번도 하빕을 테이크다운하지 못했다. 하빕은 마지막 일격이 된 4라운드 서브미션으로 맥그리거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하빕은 쓰러진 맥그리거의 등 위로 올라타 리어네이키드초크를 걸었다. 맥그리거는 바닥을 쳐 경기를 포기했다.

이 경기는 사연이 있는 승부였다. 두 선수 사이의 악연은 반년 전부터 시작됐다. 맥그리거는 2016년 11월 에디 알바레즈(34·미국)를 제압하고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뒤부터 1년 넘게 UFC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데이나 화이트(49·미국) UFC 대표는 지난 4월 8일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에서 열린 UFC 223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 맥그리거로부터 빼앗은 챔피언벨트를 걸었다.

맥그리거는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 자리를 알 아이아퀸타(31·미국)가 대신했다. 하빕은 아이아퀸타의 맞은편에 있었다. 이 경기에서 5라운드 접전 끝에 3대 0(50-43 50-44 50-44) 판정승을 거두고 UFC 라이트큽 챔피언이 됐다.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매치 최종 결과. UFC 홈페이지 화면 촬영

맥그리거는 화이트 대표의 일방적 조치에 항의하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하빕과 아이아퀸타의 대결을 이틀 앞둔 같은 달 6일 바클레이스센터에서 UFC 선수들의 탑승 버스를 공격한 혐의로 구금돼 보석금 5만 달러(5700만원)를 내고 풀려났다.

당시 맥그리거 일행은 주차장에 있던 집기를 버스에 던졌다. 버스 유리창이 깨져 선수 2명과 안전요원이 부상을 당했다. 하빕은 아이아퀸타를 제압하고 챔피언에 오른 뒤 맥그리거의 난동을 비판했다. 그는 “집기나 던지는 사람보다 아이아퀸타가 진짜 남자”라며 “맥그리거든 누구든 덤벼 보라. 대결할 수 있다”고 도발했다.

그렇게 반년 만에 대결이 성사됐다. 맥그리거의 입장에서 하빕과 대결은 챔피언벨트와 자존심을 모두 되찾을 중요한 승부였다. 선수 인생의 정점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했을지도 모를 대결이었다. 결국 UFC 통산 4번째 패배(21승)를 당했다. 하빕은 27전 전승을 이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