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화의 인저리타임] 무리뉴의 아집과 맨유의 주급체계

입력 2018-10-07 15:0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이 7일(한국시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전에서 주제 무리뉴 감독을 지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주제 무리뉴 감독의 난관은 이제 시작됐다. 간신히 7일(이하 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대 2 역전승을 거둬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오는 20일부터 첼시, 이탈리아 유벤투스, 잉글랜드 에버턴과 일전이 예고돼 있다. 위태로운 강행군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8라운드까지 진행된 지금, 맨유는 4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8위에 있다. 선수 폭의 큰 변화가 없던 지난 시즌 맨유의 10라운드 성적은 7승 2무 1패였다. 맨유는 그때의 흐름을 시즌 내내 이어가며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준우승으로 리그를 마쳤다.

그때와 다르게 최근 맨유가 그라운드 안팎의 문제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진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 분위기는 곧 성적 추락으로 이어진다. 맨유는 컵 대회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경기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폴 포그바와 앤서니 마샬을 비롯해 선수단과 무리뉴 감독의 불화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포그바의 부주장직을 박탈하며 둘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징크스가 여지없이 찾아온 모양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2년차와 다르게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공가도를 달렸던 3년차부터 팀은 추락한다. 선수들의 태업설부터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전 감독과의 접촉설까지 무리뉴 감독을 향한 공격적인 보도들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일 지라도 대중에게 노출시키지 않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도 당장 무리뉴 감독의 경질 계획은 없을 전망이다. 맨유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은 지난달 말 무리뉴의 향후 거취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드워드 부회장은 “시즌의 경기별 변동이나 뉴스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이 기회를 통해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 더 큰 그림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도 무리뉴 감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무리뉴가 당분간 사령탑 직을 보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팬들에 등살에 떠밀린 구단 수뇌부들의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당장 결과를 내야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맨유는 지금 수많은 적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편이 갈려버린 라커룸부터 공격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언론까지 사방이 적이다. 어쩌면 그것이 전술적 오판과 선수들의 컨디션을 넘어 무리뉴 감독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제 무리뉴 감독(왼쪽)과 뉴캐슬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오른쪽). AP뉴시스

무리뉴의 전술, 시대착오적 ‘아집’일까

많은 사람들이 무리뉴 특유의 수비적인 전술에 비관적인 전망을 보고 있다. 변화하는 현대축구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뒤쳐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맨유의 이번 시즌은 결과를 떠나 내용면에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체스를 지도했던 호세 설란테이 전 칠레 U-20 대표팀 감독은 그의 부진 이유로 수비적인 전술을 꼽았다. 무리뉴 특유의 롱볼을 바탕으로 한 수비적인 축구에서 산체스가 활약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포그바 역시 무리뉴 전술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시발점은 지난달 22일 울버햄튼 윈터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맨유는 프레드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주앙 무티뉴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아 1대 1로 비겼다.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앞에서 보인 졸전인데다 울버햄튼이 승격팀이어서 그들에게 승점 3점을 얻지 못한 충격은 더했다.

포그바는 경기가 끝난 후 현지 매체를 통해 “우리는 홈에서 울버햄튼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했다”며 “홈에 있을 때는 공격하고 또 공격해야 한다. 올드 트래포드다. 우리는 이곳에 공격하기 위해 있다”며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공격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나는 선수이기 때문에 말 할 수 없다. 나 때문이 아니며 나는 감독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방식에 있어 더 많은 옵션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팀의 주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선수가 언론을 향해 감독의 전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리뉴 감독 특유의 수비 축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하는 토털 축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실제로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짧은 패스 시도 횟수는 470회에 불과하다. 맨시티(690회), 첼시(678회)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단순 패스 숫자에서 조차 무리뉴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 해 볼 수 있다.

산체스가 과거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산체스는 수비적 능력이 뛰어난 윙어는 아니다. 하프라인 윗쪽에서 압박하며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바르셀로나에선 주로 오른쪽에 위치했고, 아스날에선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사실상 프리롤 형태로 움직였다. 하지만 맨유에선 그의 활동 범위가 왼쪽으로 제한됐다.

무리뉴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감독이다. 현재 그가 들어 올렸던 트로피가 그것을 증명한다. 알렉스 퍼거슨 이후 맨유에게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안겼던 감독 역시 무리뉴다. 지난 주말 웨스트햄과의 전술적 변화에서도 그러한 고민을 찾아볼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부진에 신음하는 산체스를 제외하며 중원 4명을 모두 중앙 미드필더로 채우는 파격적인 전술을 선택했다. 폴 포그바와 마루앙 펠라이니, 스콧 맥토미니와 네마냐 마티치가 호흡을 맞췄다. 처음으로 윙어가 없는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이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오히려 전반 점유율에선 55대 45로 밀렸고 헐거워진 측면은 상대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무리뉴 감독은 래쉬포드와 프레드, 마타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으나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확실하게 수적 우위를 점하며 지역 수비를 바탕으로 미드필더 4명의 마킹체제를 구축하려 했으나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는 비극으로 끝났다. 다만 최악의 상황에서 변화를 꾀했던 무리뉴 감독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재의 맨유 상황에 무리뉴 감독이 통제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 예컨대 무리뉴 감독이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외쳤던 정상급 수비수 영입이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의 요청에 따라 해리 맥과이어(레스터 시티)와 예리 미나(바르셀로나), 토비 알더베이럴트(토트넘),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까지 여러 센터백들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중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한명도 없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0경기 12실점을 기록했다. 영락없는 중위권 수비력이다. 무리뉴 감독의 염려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만큼 아직 무리뉴에게 조금 더 기회의 여지는 남아있다. 맨유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지난여름 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소화했음도 생각해야한다.

알렉시스 산체스. AP뉴시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사라졌다…사라진 주급 체계

맨유 선수들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또 다른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 가운데 최고의 선수단을 꾸리기 위한 과도한 주급은 어쩌면 독이 되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팀의 최고 주급 수령자인 알렉시스 산체스는 39만 1000파운드(약 5억8000만원)의 주급을 받으며 선발 출전할 경우 7만 5000파운드(약 1억 원)의 보너스를 수령하고 있다. 사실상 주급이 7억 원에 이른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대표되는 리오넬 메시의 50만 파운드(약 7억4500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해리 케인의 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포그바 역시 약 36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의 주급을 받고 있다. 선수로서 더 이상 동기부여가 없다. 더 이상 갈 데도 없다. 프리미어리그 주급 10위권 선수들 안에 맨유 소속(산체스·포그바·로멜루 루카쿠·다비드 데헤아)이 4명이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들의 연간 주급 총액은 2억6300만 파운드(약 3760억원)로, 2억5940만 파운드의 맨시티를 근소하게 상회한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시절 이룬 아시아마케팅의 성공으로 가장 큰 수입을 버는 구단이다. 맨유의 구단 가치 역시 성적과 반비례로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맨유의 구단 가치는 31억 파운드(약 4조4519억원)에 도달했다. 우드워드 부사장이 지난 11년간 맨유에서 스폰서 계약만 무려 51건이다. 지난 해 수입 역시 5억8120만 파운드(약 8346억원)로 구단 창단 후 최고 연간 수입 기록을 달성했다.

큰돈을 버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큰돈을 주는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축구의 결과는 항상 논리적이지 않다. 골이 곧 승패로 이어지는 터라 더 좋은 축구를 한 팀이라도 패할 수 있다. 주급 체계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선수라고 많은 주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시 린가드가 케인과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와 비슷한 수준의 주급을 받고 있다는 부분에서 맨유 주급 체계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팍팍하기로 악명 높은 토트넘의 주급 체계와 정반대 문제다.

맨유의 주급체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맨시티의 동기부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볼 수 있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문제다. 무리뉴 감독의 역량이 지적되는 이유기도 하다. 무리뉴 감독이 3년차만 들어서면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 불화설이 터져 나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카리스마로 대표되던 그의 리더십과 선수단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는 지난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시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사무엘 에투, 마리오 만주키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 원톱 자원들과 불화설에 휘말린 바 있다. 그의 전술 시스템에 따른 포지션적 문제였을 뿐 그라운드 밖에서의 잡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리뉴는 포지션 전반에 걸쳐 사적인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감독은 결과와 성적으로 대답해야하는 자리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무리뉴 감독에게 향해있는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감도 클 법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 본인일 것이다. 팀의 보스로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선수 개개인과의 문제가 사실이라면 빠르게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팀을 단합하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무리뉴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10월 A매치데이로 시작될 리그 휴식기가 맨유에게 반등의 디딤돌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인저리타임.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송태화 기자가 함성소리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 연재입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