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가 말하는 안녕티라노-부산-김태리 [23회 BIFF]

입력 2018-10-06 18:55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뉴시스

“심각한 실사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이번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음악이 더 어려웠습니다. 매우 높은 허들을 마주했죠. 애니메이션 작업은 어려운 지점이 많아 되도록 피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게 됐습니다(웃음).”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음악감독을 맡은 일본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66)는 6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은 생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식에서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공식 일정까지 함께하게 됐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축하 공연. 뉴시스

사카모토 류이치는 “처음으로 부산에 방문했는데 이렇게 큰 도시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근대적으로 발전한 곳이라는 점에서 놀랐다”면서 “과거에도 여러 영화제를 다녀봤는데 레드카펫 길이에 있어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다”고 농을 던졌다.

이어 “한국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영화 속에서 봤던 얼굴들이 개막식날 객석 같은 열에 앉아있어 신기했다. 제가 참여했던‘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님을 다시 만나서 굉장히 좋았다”며 “한마디 덧붙이자면, 제가 너무나 좋아하고 팬이기도 한 김태리씨가 이 영화제에 안 오셔서 아쉬웠다”고 웃었다.

오픈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는 전날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첫 상영회를 가졌다.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은 “색이 입혀지고 대사가 들어간 완성본을 어제 처음 봤다. 야외상영이라 음악이 잘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재미있었던 건 극 중 폭풍우 치는 설정이 많은데 어제 실제로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영화를 볼 때 비바람이 들이쳤다.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버추얼 리얼리티를 경험했다”고 농을 쳤다.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포스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이유에 대해서는 “한중일 3국이 공동 제작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참가할 만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을 만나 마음을 굳혔다. 가장 큰 힘을 준 건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의 뜨거운 정열이었다. 평소 특별히 애니메이션을 찾아보진 않지만 좋은 작품이라면 하고 싶었다. ‘철완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인 데다 시즈노 코분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있어 제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애기했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는 지상낙원을 찾아 나선 덩치는 크지만 상처를 간직한 공룡 티라노와 부모를 잃은 아기 공룡 푸논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그린다. 일본 동화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티라노사우루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작품.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애틋한 우정이 감동을 전한다.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은 “어떻게 하면 보편적인 요소로 현재를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동시에 나의 개성도 잘 드러내고 싶었다”면서 “음악을 만들 때는 선의 움직임만 보고 모든 것을 상상하며 작업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폭넓은 관객층이 봐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저에게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팀과 사카모토 류이치. 뉴시스

종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현실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만 사카모토 류이치는 “내 음악이나 행동을 통해서 사회에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일의 국경을 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걸 실천할 뿐이지, 내 음악과 행동을 남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선 그렇게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1978년 YMO(Yellow Magic Orchestra)로 데뷔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계기로 영화음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황제’(1986)로 1987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마지막 사랑’(1990)과 ‘리틀 부다’(1993)로 골든글로브와 영국영화아카데미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4년 중인두암 진단을 받았으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복귀해 ‘남한산성’(2017)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등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음악세계를 공개하기도 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