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은 민주콩고 내전 성폭력 피해자를 도운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와 이라크 야지디족 출신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에게 돌아갔다.
베릿 라이스-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전시(戰時)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로를 인정해 두 사람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무퀘게 박사는 민주콩고 내전 중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돕기 위해 2008년 판지 병원을 설립했다. 무퀘게 박사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동료들과 함께 콩고 내전 중에 참혹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수만 명을 치료했다. 무퀘게 박사는 이 공로로 2016년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은 “무퀘게 박사는 국내외적으로 전쟁 중 성폭력을 끝내기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맡았다”면서 “이 분야에서 그가 행한 끊임없는 헌신과 노력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 수상자인 무라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성폭력 만행을 폭로했다. 무라드는 IS 점령지였던 모술에서 약 3개월 동안 성노예 생활을 하다 탈출했다. 이후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야지디족에 대한 IS의 학살과 성폭력을 국제사회에 고발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무라드는 2016년 유엔 친선대사로 임명된 바 있다.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은 “전쟁 중 여성과 여성인권, 안전이 보장돼야만 더욱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서 “두 사람 모두 전쟁범죄 근절과 피해자를 위한 정의 실현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했다. 따라서 이들은 국제법 원칙의 적용을 통한 인류애 증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 발표 직전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증진 공로로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해외 도박 사이트를 중심으로 남북 정상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결국 수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 한반도 평화 무드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1월 마감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