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박해일이 말하는 장률, 장률이 말하는 박해일 [23회 BIFF]

입력 2018-10-05 18:34 수정 2018-10-06 14:49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기자회견이 열린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배우 박해일(왼쪽)과 장률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장률 감독님은 앞으로도 계속 지역명을 쓰면서 영화를 찍어 나가실 것 같아요. 전국 팔도를 여행하며 국내 모든 배우들과 영화를 찍지 않으실까 싶네요(웃음). 그만큼 감독님의 상상력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무한하신 듯합니다.”

배우 박해일은 5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작 ‘경주’(2014)에 이어 다시 한 번 장률 감독과 호흡을 맞춘 그는 “장률 감독님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게 돼 기쁘다”고 인사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초청작이다. 이 영화를 채우는 정서는 ‘애매함’이다.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은 과거 상황을 보여주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치 퍼즐을 짜맞춰가는 듯한 전개를 띠는 것이다.

윤영(박해일)은 선배(윤제문)의 아내인 송현(문소리)을 좋아하는데, 송현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충동적으로 군산 여행을 함께 간다. 두 사람이 묵게 된 민박집 주인인 중년 남자(정진영)는 자폐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박소담)과 산다. 그렇게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시작된다.


박해일은 “항상 장률 감독님과의 작업에 있어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 예상하는 첫 번째 고려사항이 아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만나 감독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옆에서 지켜보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배우들이 ‘장률 감독님은 대체 어떤 분이기에 저런 작품이 나오느냐’고 많이들 궁금해 한다”면서 “감독님은 섬세한 감정을 갖고 있는 배우들을 보듬어주는 능력이 탁월하시다. 그런 부분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감독님과 5년 정도 함께해 왔는데, 서로의 호기심에서 작품을 출발하곤 한다. 그 호기심이 관심이 되고, 이야기와 캐릭터로 녹여지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장률 감독이 한국에 와서 만든 작품과 그 이전의 작품들의 질감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면서 “감독님은 공간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시다. 상상력이 넘치는 반면 속은 알 수 없다. 시를 쓰는 시인 같기도, 그저 주변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친근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부분이 감독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률 감독 또한 박해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박해일이라고 했다. 자주 떠오르는 사람이고,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떠나 이제는 ‘친구’가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률 감독은 “(박)해일씨와 자주 만나 술을 마시는데, 해일씨는 저와 정반대로 젠틀하다. 일상에서도, 현장에서도 계속 궁금증을 주는 친구다. 궁금증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서로 호기심를 느낀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해일씨 연기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어떤 친구들은 그 방향이 하나다. 그런데 박해일은 (연기의) 방향이 많다.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리듬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가 해일씨”라면서 “해일씨의 일상에서 시인 같은 면모가 있다. 자기만의 리듬이 존재한다. 거기에 저는 항상 흥미를 가지고 있다. (박해일의 말처럼)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작품을 같이 더 찍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웃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