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김기춘(재구속)과 조윤선(집행유예)의 엇갈린 운명

입력 2018-10-05 17:22 수정 2018-10-05 17:33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정부 당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혐의, 소위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집혱유예를 선고받아 구속을 면했다.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과정에서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던 두 사람이지만,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법정구속을 함에 따라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구속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함께 기소된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판단이 갈린 것은 보수단체에 지원을 강요한 당시 두 사람의 지위, 범행 시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양형 이유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의 권력이 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비서실 조직과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들에게 이 사건 강요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고 밝혔다. 반면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강요 범행이 이미 이뤄지고 있던 중 정무수석으로 임명됨에 따라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봤다.

실제 김 전 실장은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21개 친정부 성향 보수 단체에게 23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은 2015~2016년 31개 보수단체에게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이 시작하고 조 전 수석은 그 뒤를 따른 셈이다.

조 전 수석은 2014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친분 관계에서 비롯된 활동비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두 사람은 앞서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한 혐의로도 기소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상고심 단계에서 구속기간이 만료돼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6일, 조 전 장관은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2일 풀려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