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는 시점에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만간 러시아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기술이 러시아와 관련이 깊은 만큼,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러시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께서 한국 방문 초대를 받아들였다”면서 “정확한 날짜와 장소가 외무부 차원에서 합의 되고 있다. 방한을 준비하는데 양측이 착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러시아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님의 노력으로 한반도는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와 철도 연결 사업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사업이 남·북·러 3자 협력에 있어서도 좋은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조율중이라는 내용도 언급했다. 마트비엔코 의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날짜와 장소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오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뒤 러시아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그러면서 마트비엔코 의장은 “저는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평화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진심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를 겨냥한 듯 “그러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가 한반도 프로세스에서 매우 중요한 협력자, 그리고 또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러 우호 관계 증진 방안과 한반도 정세, 양국 의회 간 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