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형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10년이 낮은 이유

입력 2018-10-05 15:47 수정 2018-10-05 17:55

이명박 전 대통령은 5일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 받았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주요 혐의가 상당부분 유죄로 인정되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그동안 의혹만 가득했던 사안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른 범행들이 한번에 드러나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실망을 안겨줬다”면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객관적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 진술에도 사건 범행이 오래전이라는 점에 기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자신을 위해 일해 왔던 측근들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점” 등도 엄한 처벌의 사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같은 전직 대통령이고 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받았다.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10년이나 형량이 낮은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벌인 범행의 심각성 정도가 이 같은 차이를 낳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애초 검찰 구형부터 징역 30년(박 전 대통령)과 징역 20년(이 전 대통령)으로 차이가 있었다. 검찰 판단부터가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국정 전반을 휘두르며 범행을 벌여 전 국민에게 준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봤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삼성 소송비 뇌물 수수 등은 대통령 재임 시절 범죄 행위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혐의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온 범행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이날 “이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 범행 등이 서울시장, 국회의원 등으로 재직하던 때 이뤄진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소된 혐의 중 대통령 재직시 다스 미국 소송을 지원한 직권남용 혐의와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혐의 등이 무죄로 판단된 것도 형량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국정 농단 사건과 별도로 진행됐다.

선고 형량이 달라지는 또다른 이유에는 피고인의 나이도 있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때 건강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1941년생인 이 전 대통령은 올해 만 77세다. 1심 선고량인 징역 15년형을 다 채우면 출소할때 92세가 된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형량을 선고하면서 “국고손실 등을 통해 취득한 금원은 개인적 용도로 쓰이지 않았고, 횡령 피해자인 다스도 일인 회사 내지 가족회사로 볼 수 있는 점, 그동안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은 유리하게 참작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 나이와 건강상태 등 모든 양형요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