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정·재계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받는 국민연금이 운용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자체 방안을 내놨다.
운용위원들이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결과에도 책임지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방식을 보다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운용위원회는 5일 회의에서 ‘2108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하고 운용위원회 운영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존까지 직접적으로 안건 작성에 참여하거나 책임을 질 여지가 없었던 운용위원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개선안은 기금 운용위원 자격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앞으로 운용위원이 되기 위해선 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등 국민연금이나 국민연금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박사학위 소지자, 대학에서 조교수 이상 직책에 있었던 인물,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로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여기 해당한다. 이외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이들은 가입자 단체 추천으로 구성된 ‘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위원들의 권한과 대우도 강화됐다. 월 1회 회의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재적위원 3분의 1의 동의를 받으면 기금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근위원 3명을 두는 한편 위원들의 신분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으로 정했다.
‘나몰라 의결’을 막기 위해 책임도 지웠다. 지침에 윤리·도덕적 책임을 명시하고 위반 시에는 해촉하도록 했다. 위원회 활동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토록 해 추후 사회적으로 책임을 질 여지를 뒀다. 다만 정치활동·겸직 금지나 벌칙 부과 등 처벌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정치권의 몫으로 남겨놨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안이 그간 최종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못했던 운용위를 보다 전면에 나서게 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기금운용위원들이 안건에 대한 참여와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면서 “이번 안으로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가 갖춰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번 안만으로는 국민연금의 운용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기금 운용을 일반 사금융의 감각으로 하는 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사회보장의 성격을 띄는 연금 성격상 수익뿐 아니라 리스크를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통제,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