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신용카드 포인트로 나오면 어떻게 하지?” 화제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입력 2018-10-05 14:43 수정 2018-10-05 16:30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자 장류진. 장류진 제공



요즘 직장인들의 격한 공감을 받고 있는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아시는지? 줄거리는 이렇다. ‘우리동네마켓’이라는 중고상품 거래 앱 개발 회사에서 일하는 ‘안나’는 어느 날 사장에게 이런 지시를 받는다. “‘거북이알’이란 아이디를 가진 회원이 새 제품을 게시판에 너무 많이 올리는데 마음에 안 든다.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러는지 알아보고 조치해라.”

‘안나’는 ‘거북이알’이 올린 물건을 사게 되고 커피숍에서 ‘거북이알’을 대면한다. ‘거북이알’은 새 물건을 많이 파는 사연을 들려준다. 자기가 일하는 신용카드 회사 회장에게 ‘찍히면서’ 월급을 현금 대신 신용카드 포인트로 받게 돼서라고 했다. 회사를 그만 둘 수 없는 ‘거북이알’은 포인트로 다양한 물건을 구매한 뒤 그걸 되팔아 돈으로 바꾸고 있었다.

회사 회의실 장면. 픽사베이


소설 속에 IT 회사에서 벌어질 만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면서 이 소설 링크는 SNS를 삽시간에 장악했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이 소설은 큰 화제로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는 일간지 오피니언 코너에 소개됐다.

이 작품은 기성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신인의 데뷔작이다.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지난 8월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장류진(32‧사진) 작가를 인터뷰했다.

장 작가는 5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소설 모티브에 대해 “경기도 성남 판교 근처에서 일하던 때 월급을 포인트 또는 상품권으로 받는 회사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때 그 회사원은 그 포인트나 상품권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까 상상해 봤다”고 말했다. 오너에게 밉보여 월급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받는 직원 ‘거북이알’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란 거다.

그는 “내가 IT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도 있고 ‘거북이알’처럼 필요없어진 물건을 중고로 거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세히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왜 인기인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다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지 않냐. 일을 하다보면 짜증나는 날도 있고 울고 싶은 순간도 있고. 직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장면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기는 하다”고 답했다.

특별한 주제를 염두에 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소설은 회사를 그만 두고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쓴 거다.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구상했다”고 했다. 정 작가는 1년간의 ‘백수 생활’ 끝에 새 직장에 취업한 지 두 달 정도 된 상태라고 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려고 잠시 자리 비우는 게 눈치 보인다”며 웃었다.

도심 오피스 빌딩. 픽사베이


그는 회사 안 가는 게 좋지 만은 않았다고 했다. “2011년부터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 1년 정도 쉰 건데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당연히 관두면 좋긴 한데 돈이 없지 않냐. 또 돈 벌고 있는 사람한테는 어떤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돈을 벌어서 산다는 자존감도 있고. 그래서 일에는 슬픔도 있지만 기쁨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백분위 비율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그건 잘 모르겠다(웃음). 어째든 슬픔이 100%는 아니고 기쁨이 0%도 아니다”고 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집 책꽂이에 있던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따왔다. 소설은 2011년 주말에 문화센터에서 소설창작 강의를 들으면서 관심 갖게 됐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을까. “그때그때 내게 찾아오는 이야기 쓰고 싶다. 또 회사와 관련된 걸 쓸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창비신인상 시상식은 11월 2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창비 편집자는 “우리도 이 소설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소설 속 직장인들이 공감할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전문은 계간 창작과비평 홈페이지(http://bit.ly/2RrjePd)에서 읽을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