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윤창호(22)씨의 친구가 방송에 출연해 사고 이후 심경을 전했다. 윤씨 친구들이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윤씨의 친구 이영광씨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고 당시 상황 등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병원에 가보니 창호 코와 눈, 귀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며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윤씨는 뇌사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씨는 “창호가 기적적으로 살아날 거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뇌사 확정 상태여서 희망을 버린 지가 좀 됐다”며 “창호 부모님도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장기 기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창호 부모님은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며 “친구인 제가 이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산산조각날 정도인데 부모님 심정이 어떨지 생각도 못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5일 새벽 2시25분쯤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만취한 상태의 A씨(26)가 몰던 BMW가 횡단보도를 건너려 인도에 서 있던 카투사 윤씨와 그의 친구(21)를 친 뒤 주유소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당시 윤씨는 사고 충격으로 15m를 날아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부터 추락했고, 함께 있던 친구 역시 담벼락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시 보드카 2병과 위스키를 마셔 만취 상태였다. 이씨는 “블랙박스 음성을 들어보면 (A씨) 혀가 배배 꼬여있다”며 “차가 지그재그로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씨에 대해 따뜻한 마음씨와 큰 꿈을 지녔던 소중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창호는 저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창호가 항상 저한테 맞춰주고 완충제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또 “창호는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검사가 되고 나중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창호가 들고 다니는 노트에는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애’라고 적혀 있었다”고도 했다.
이씨는 친구의 교통사고 이후 음주운전 처벌 실태를 조사하다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어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판결이 정말 많았다”며 “술에 너무 관대한 문화 때문에 처벌도 관대해지고 운전자들도 사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음주운전 치사죄가 살인죄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