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혹 캐버노 美 대법관 지명자 인준에 ‘파란 불’, FBI 보고서 ‘한 방’ 없었다

입력 2018-10-05 11:27 수정 2018-10-05 11:38

10대 시절 성폭력 의혹으로 낙마 위기에 몰렸던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에 ‘파란 불’이 켜졌다. 캐버노 지명자 성폭력 의혹 수사 결과를 담은 미 연방수사국(FBI) 보고서가 공개되자 공화당 내 ‘캐스팅보트’ 의원들은 인준 찬성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FBI 보고서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캐버노 지명자에게 치명타를 날릴 만한 ‘한 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수전 콜린스와 제프 플레이크는 4일(이하 현지시간) FBI 보고서 열람 후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력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레이크 의원은 기자들에게 “(성폭력 혐의를) 보강할 만한 추가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콜린스 의원은 “보고서를 완전히 읽기 전까진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면서도 “(FBI가) 아주 꼼꼼하게 수사를 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콜린스 의원과 플레이크 의원은 리사 머코스키 의원과 함께 미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3인방’에 속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료 공화당 의원들이 캐버노 지명자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때문에 FBI 보고서 내용에 따라서는 이들이 캐버노 지명자 인준에 반대하는 소신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머코스키 의원은 확실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는 않았지만 역시 캐버노 지명자 인준에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100석 정원인 미 상원에서 공화당은 51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의석은 민주당(47석)과 무소속 의원(2명)이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캐버노 지명자 인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공화당에서는 단 2명만 이탈표가 나와도 인준이 부결되고 만다. 50 대 50으로 동률이 될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가결로 판가름 난다.

캐버노 지명자 인준을 위한 최종 투표는 이르면 6일쯤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표결이 박빙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원의원 각각의 행보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말 워싱턴을 떠나 있을 예정이다. 데인스 의원 측에 따르면 그는 인준과 무관하게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최종 투표 일정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캐버노 지명자 인준에 돌발 변수도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BI 보고서는 이날 새벽 백악관에서 의회로 송부됐다.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과 민주당 상원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을 시작으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한 시간씩 번갈아가며 보고서를 열람하고 있다. FBI 보고서는 규정에 따라 복사가 금지되며, 양당이 공개토록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외부에 발설할 수도 없다.

한편 캐버노 지명자 인준에 반대하는 시민 수천 명은 이날 미 연방법원 등지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상원 사무동 건물 안까지 들어가 시위를 하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여성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와 유명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스키도 포함돼 있다고 음악잡지 롤링스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