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 우려 불식시킨 ‘초격차’의 힘

입력 2018-10-05 10:34 수정 2018-10-05 10:38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반도체 ‘초격차’의 힘 덕분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해외 증권사를 중심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경쟁사보다 기술이 앞선 삼성전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을 달성했다고 5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 매출은 2017년 4분기(65조98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6.9%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적은 오롯이 반도체의 힘이었다. 반도체·부품(DS) 부문 3분기 영업이익은 1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만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에 10나노 공정을 도입했고, 낸드플래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5세대 V낸드를 양산하는 등 경쟁사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급 8GB LPDDR4X 모바일 D램 패키지. 삼성전자 제공

3분기에는 스마트폰, 서버 등에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 좋은 실적을 기록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서버용 고용량 D램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판매가 늘어났다. 그래픽카드 등에 사용되는 고속메모리반도체(HBM)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에 10나노 공정을 도입했던 삼성전자는 주력 라인업의 10나노 공정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8테라바이트(TB)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듀얼, 트리플 카메라 탑재가 보편화하면서 이미지센서 수요도 늘어났고, 파운드리 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5세대 3차원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반도체 고점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증권가를 중심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실적으로 이를 반박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최근 “적어도 4분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증권사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셈’이라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램의 수요처가 PC 위주였고 제품 규격이 표준화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했다. 또 D램 공급 업체도 지금과 달리 여러 곳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서버 등 사용처가 많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SSD 교체 수요,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잠재 수요가 풍부하다.

증권사가 근거로 삼는 D램,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시장에서 현물 거래되는 ‘스팟 프라이스’인데, 삼성전자 등 업체들은 90% 이상을 고객사와 사전 계약을 통해 ‘컨트랙트 프라이스’로 공급한다. 컨트랙트 프라이스는 업체 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느 스팟 프라이스 하락에도 삼성전자의 컨트랙트 프라이스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팟 프라이스가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컨트랙트 프라이스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로선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앞선 기술력을 가진 업체의 경우 고객사가 먼저 찾아와 계약을 맺으려고 하기 때문에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게 현재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다.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된 탓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가 선전한 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3분기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노트9 판매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전(CE)부문의 경우 TV 판매 확대로 6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