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과 그 일가가 경비원 등 직원에게 집안 보수, 개 산책 등 ‘잡일’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조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 내용을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 일가는 계열사인 정석기업 직원들과 평창동 자택 경비원 등에게 집안 보수와 개 산책 등을 지시했다.
먼저 정석기업 직원들은 조 회장이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 거주할 때 배수관·지붕 공사 등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조 회장 일가가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한 2013년 1월부터는 CCTV 설치, 와인 창고 천장 보수, 페인팅, 화단 난간 설치, 보일러 보수 등 집안 보수에 동원되기도 했다. 또 2016년 5월과 6월에는 조 회장 일가를 위해 평창동 자택에 모래 놀이터를 만들고, 정원 마사토 시공을 해야 했다.
자택 경비원 등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도 진행됐다. 앞서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출입문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는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날 경찰은 조 회장이 머물던 평창동 자택 경비원들 역시 경비 일 외에도 개 산책과 관리, 나무 물 주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작업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자택 경비용역 대금과 유지·보수 비용 16억5000만원을 정석기업에 대납하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조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조 회장이 배임 혐의 액수를 모두 정석기업에 변제했고, 출석 요구에 응해 불구속 수사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조 회장과 정석기업 대표 원모(66)씨, 총무팀장 문모씨 등 3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현재 조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그는 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한 의혹과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거짓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