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 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
34세 환자는 3개월간 병원 24곳을 전전하며 식욕억제제(펜터민)를 73회에 걸쳐 총 1353정 처방받았다. 또 다른 환자는 특정 병원에서 총 26회에 걸쳐 3870정의 식욕억제제(펜디멘트라진)를 처방받았다. 3870정은 식약처 권고대로 하루 1정을 복용한다 해도 무려 10년 넘게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오·남용, 중독, 밀매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5~8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마약 성분이 포함,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관리되고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나 내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두통이나 구토, 조현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1~2알로 4주 이내 복용을 권장, 최대 3개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원실이 지난 5~8월 식욕억제제(펜터민, 펜디멘트라진, 암페프라몬(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처방 횟수, 처방량 상위 100명을 분석했더니 처방량 기준으로 약 3개월간 100명이 총 15만8676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00명이 하루 한 정을 복용할 경우 226주, 무려 4년 넘게 복용 가능한 양이다.
처방량 기준으로 상위 10명을 분석한 결과 △26회 3870정 △28회 3108정 △13회 2520정 △6회 2352정 △17회 2316정 △10회 2175정 △44회 2170정 △17회 2150정 △37회 2072정 △22회 2047정 순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등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는 신경흥분제 계열(향정신성의약품)의 약물들로서 결국 약을 끊었다가도 나중에는 의존성이 생겨 끊고 싶어도 자의로 끊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는 건강보험이 안되는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돼 그 관리에 있어 보건당국의 감시 울타리를 벗어나 있었지만, 지난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보건당국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