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선수 선발 관련 청탁·불법 행위 없었다”

입력 2018-10-04 16:55
선동열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강남구 KBO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관련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선동열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선 감독은 4일 KBO 기자실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 감독은 “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갖게 만든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도, 불법 행위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발과정은 공정했고, 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출장기록 포지션 등 여러 가지를 따졌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 결정 내렸다”며 “그럼에도 아시안게임 경기력과 전략 쪽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깊이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 감독은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고, 이와 관련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선 감독은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겠다”며 “저의 권한과 책임으로 선발해 금메달 함께한 특정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도마 위에 올랐던 선수는 오지환(LG 트윈스)이다. 선 감독은 “일단 베스트 멤버를 뽑았다.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이 유격수와 3루수를 보는데, 3루로 갈 경우 백업으로 쓸 수 있는 선수가 오지환이라고 판단했다”며 “허경민(두산 베어스)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중 최고였지만 허리가 좋지 않았다. 체력, 컨디션, 현지 날씨 등을 감안해 오지환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사실 저는 오직 성적만 내기 위해 오지환을 택했다. 제가 실수한 건 국민의 여론, 특히 청년들의 생각을 알았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동열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강남구 KBO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관련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비난이 쏠리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선 감독은 “모든 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선수 선발 관련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잡음은 대표팀 선발 당시부터 있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뒤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선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사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저 역시도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저 역시도 국민들 앞에서 해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 감독은 이번 사태와 별개로 대표팀 사령탑의 위치에서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선 감독은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최고의 멤버를 꾸리는 방침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야구협회(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아마추어 등 여러 단체와 모든 것을 상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KBO는 지난 6월 19일 작성된 ‘최종 엔트리 선발 회의록’을 공개했다. 오지환은 “유격수 기록면에서 김하성에 이은 2위”로 평가됐다. 또 “사례를 살펴보면 유격수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형이 아닌 전문 유격수를 백업으로 활용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검토됨에 따라 오지환을 선발해 백업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생각이었다.

박구인 이현우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