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녹취록 처음부터 없었다” 보고용 회의록만 존재

입력 2018-10-04 16:52 수정 2018-10-04 23:07

녹취록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지 8일이나 지나 단순 상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사후 회의록만 있었다. LG 트윈스 오지환(28) 관련 언급은 딱 두 줄이었다. 형식상 서류이지 내용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KBO는 4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수장 선동열 감독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요구에 회의록을 공개했다.

KBO 관계자는 그동안 녹취록을 작성한 전례가 없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4 용지 두 장짜리 회의록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

이 회의록은 지난 6월 19일 작성됐다. 야구대표팀이 최종 엔트리 24명을 발표한 같은 달 11일 이후 8일 뒤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된 서류라고 했다. 그러나 회의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실했다.

우선 6월 11일 오후2시 KBO 5층 회의실에서 열렸다는 내용이 있다. 이어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7명의 코칭 스태프 명단이 나온다. 지난 4월 9일 예비 명단 선발 이후 2개월간 감독과 경기 현장에서 근무 중인 현역 코치와 해설위원 및 트레이너를 통해 각 구단 선수 몸상태를 확인했다고 되어 있다.

또 회의 전일까지의 KBO 리그 정규 시즌 성적, 과거 국제대회 성적 및 경험 등을 바탕으로 평가해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선발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24명의 명단이 들어있는 게 첫 번째 장이다.

KBO가 제시한 두 번째 장은 오지환의 6월 10일까지 올 시즌 성적이 적혀 있다. 66게임에 나와 타율 0.300(29위), 홈런 4개(1위), 33타점, 44득점(9위), 도루 7개(10위)라고 되어 있다. 홈런 4개가 1위였던가? 6월 자료를 찾지 못했기에 KBO가 단순 오타를 쳤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지환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코멘트를 보자. “유격수 기록면에서 김하성에 이은 2위”라고 첫 문장은 되어 있다. 다음 문장은 “사례를 살펴보면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형이 아닌 전문 유격수를 백업으로 활용했던 때가 성과를 얻었던 것으로 검토됨에 따라 선발해 백업으로 활용”이라고 적혀 있다. 이게 전부다.

과거 백업 내야수로 전문 유격수를 선발한 적이 있는가. 이 또한 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전문 영역이니만큼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회의록 어디에도 선 감독이 언급했던 ‘치열한 논쟁과 토론’은 없었다. 왜 이 부실 회의록을 선 감독은 비공개를 전제로 제출하겠다고 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3시간 정도 회의를 했고, KBO에서 회의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3시간 회의 내용은 현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지환 선발 과정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여전히 진실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 감독은 ‘절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청탁이나 병역과 관련한 부정한 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절대는 정말 위험한 단어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장황히 설명했다. 그러나 ‘치열한 토론’ 내용을 나열하면서 누가 오지환을 추천했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특정 구단의 코치가 추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선 감독의 입장 표명에 불과했다. 다 알려진 내용을 재탕한 기자회견을 왜 한 달여 동안 침묵한 뒤 열었는지 되묻고 싶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