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흑산공항 건설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일 환경부는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관련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립공원위원회가 자동 폐회된 것이다.
환경보호와 주민의 교통기본권 보장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정부가 어느 쪽도 손들어 주지 못하면서, 10년째 서류제출과 심의 보류, 보완된 서류를 다시 제출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
2009년에 본격 추진된 흑산공항 건설은 2015년 12월 기본계획 수립 고시까지 이뤄지며 진행되는 듯 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0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의 환경·경제성을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파행이 거듭됐다.
사업자가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하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2016년 11월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 첫 제동이 걸렸다. 이후 2017년 7월과 2018년 2월에 거쳐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제출했지만 철새대책, 환경수용력, 경제성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달 5일 이전에 열기로 한 공원위 심의 직전에 사업자가 심의에 제동을 건 것은 부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원위는 정부 위원 당연직 11명과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되는데, 민간위원들은 다수가 반대를 하고 있다. 정부 측 위원 중 일부도 불참이나 기권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해 흑산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흑산권역개발추진협의회의 정일윤 위원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응급한 상황에 나가지를 못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흑산도의 결항률은 연간 11%로, 지난해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된 날은 115일에 이른다.
또 찬성 측은 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7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들어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 “흑산도에 공항이 생기면 흑산도와 서울, 흑산도와 중국 간 거리가 1시간 거리로 좁혀질 수 있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거다”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미래세대를 위해 국립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희귀 조류의 터전 훼손’ ‘조류와의 충돌 등 안전 문제’ ‘신뢰하기 어려운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국립공원을 위한 시민의 모임’ 윤주옥 대표는 4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행기가 생기면 배편이 줄어 오히려 목포로 나가려는 지역주민들의 이동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흑산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2000여명이 살고 있는 대략 20㎢의 섬이다. 흑산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공항을 건설하더라도 국립공원법에 따라 시설 크기가 1.2㎞로 제한된다. 공항이 완성되더라도 50인승 소형비행기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