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가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로 옮겨간 이유?

입력 2018-10-04 14:54 수정 2018-10-06 00:31
미국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이하 데이비즈즈워너)가 올해 처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 참가하면서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데이비드즈워너는 생존 작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작가인 미국의 제프 쿤스가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세계 굴지의 화랑이다.
제니퍼 염 대표.

데이비즈즈워너 홍콩갤러리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제니퍼 영(47)은 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설립 25년을 맞아 올해 홍콩에 지점을 열었다. (키아프 참가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의 연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판매 그 자체보다는 많은 고객을 만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컬렉터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작품을 전시한 ‘온라인 포럼’을 통해서도 작품을 구입하는 등 적극적 관심을 보인 점도 한국 시장을 낙관하며 키아프의 문을 두드린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 중인 키아프에 마련된 데이비즈즈워너의 부스는 세계 현대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역대급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제프 쿤스를 비롯해 미니멀리즘 작가인 도널드 저드, 리처드 세라, 존 맥크레켄 등 20여명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한국 작가로는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인 윤형근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마련된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 부스.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시리즈인 '웅크린 비너스' 작품을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들 중에서는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시리즈 ‘웅크린 비너스’ 250만 달러(약 28억2000만원)가 가장 비싸다. 데이비드즈워너는 이번 아트페어 작품 구성에서도 보듯이 미니멀리즘 작가를 집중 발굴하고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염 대표는 “미국이 처음으로 유럽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개척한 미술 장르가 미니멀리즘이기 때문”이라며 “미니멀리즘은 미술을 넘어서 패션,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즈워너는 1993년 미국 뉴욕의 소호에서 출발했다. 1979년 설립된 가고시안갤러리에 비하면 ‘신생’ 갤러리이다. 그럼에도 2013년에는 미국의 제프 쿤스, 리처드 세라, 일본의 야요이 쿠사마 등 세계적인 작가 3명이 가고시안갤러리로부터 옮겨와 이들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쿤스는 데이비즈즈워너와 전속을 맺은 후 신작인 게이징 볼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작가에 대한 이런 전폭적인 지원 때문인지 그들 스스로 옮겨왔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염 대표는 급속 성장의 비결을 묻자 “우리는 미술관에서 전시가 이뤄지고 작품이 소장되는 미술관급 작가들과 작업을 같이 한다. 우리의 전속 작가들은 유럽과 북미의 여러 미술관 전시를 많이 한다. 큰 작가들과 작업을 하는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