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과 신분을 증명하는 여권은 해외여행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여권은 위·변조와 비뚤어진 거래를 통해 불법 입국이나 국제범죄 조직 등의 강력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외교부가 여권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분실 사유가 의심스러운 신청자들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여권신청이 잦은 이들을 별도 분류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회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2회 이상 여권 재발급 사유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재발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5년간 2회 이상 재발급 건수는 2014년 1906건에서 2017년 419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5년간 2회 이상 분실 건수는 2014년 978건에서 1653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을 실제로는 불법 거래한 후 ‘여권을 부주의로 잃어버려 재발급 신청한다’고 허위 신고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권법 제 11조 2항은 여권 재발급 신청일 전 5년 이내에 2회 이상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같은 사유로 재발급을 신청할 때는 제한적으로 여권을 발급하도록 돼 있다.
여권분실 과정이 의심스러울 경우 외교부는 수사기관에 구체적 경위 확인을 의뢰하고 재발급해야 된다. 하지만 외교부는 업무의 효율성과 민원인 편의증진을 이유로 여권 발급 대행기관에 분실경위 확인을 형식적으로 맡겨 재발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대행기관이 아니라 직접 파악·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여권정보통합관리시스템(PICAS)을 통한 외교부 차원의 관리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여권분실은 개인정보 유출과 범죄 악용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며 “외교부가 관련 직무를 소홀히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권법 제11조 제2항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여권의 재발급 전에 여권을 잃어버리게 된 경위 등을 관계 기관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확인기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발급 신청일부터 30일 이내로 한다.
1. 여권의 재발급 신청일 전 5년 이내에 2회 이상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같은 사유로 여권의 재발급을 신청하는 경우
2. 여권을 잃어버리게 된 경위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그 경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