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암 투병 중이던 시인 허수경씨가 3일(한국시간) 별세했다. 향년 54세.
허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상경해 방송사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듬해 펴낸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유의 역사의식과 시대감각으로 민중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했으며, 우리말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1992년 독일로 떠났다. 뮌스터대학에서 고대근동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했다. 독일에 터전을 잡았지만 한국을 잊지는 않았다. 모국어로 시집, 산문집, 장편소설 등을 꾸준히 펴냈다.
특히 2001년 펴낸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는 한국과 독일의 경계, 고고학에 기반한 도시의 폐허를 바라보는 시선, 모국어를 향한 진한 그리움을 담은 역작이다.
그러던 지난 8월 동료 시인 김민정 ‘난다’ 대표를 통해 고인의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병문안 등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산문집 ‘길모퉁이 중국식당’과 개정판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출간했다.
박태환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