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무통주사 논란’ 해명… “첫째·둘째 출산 때 아내가 원치 않아” [전문]

입력 2018-10-04 09:29 수정 2018-10-04 10:36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무통주사 없이 아내가 출산하도록 했다’는 논란을 해명했다.

이 해설위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2005년 네덜란드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할 때 아내는 ‘축구에만 집중하라’며 혼자 한국에 귀국했고, 첫 아이를 낳았다”면서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게 되면 아이가 힘들다’며 주사 없이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는 런던에서 태어났는데, 아내는 그때도 무통주사를 맞지 않았다”며 “첫째 아이가 어머님과 함께 집에서 기다리는데 주사를 맞으면 출산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갖게 됐다고 한다. 출산은 한국에서 했다. 이 해설위원은 “셋째를 출산할 때쯤 창세기를 읽고 있었고, 출산을 코앞에 둔 터라 유독 출산의 고통을 언급한 부분에 눈길이 갔다”면서 “종종 신앙적인 생각을 나누는 우리 부부에게 주사를 맞지 않는 일은 여전히 두렵지만 길게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여러분들이 아시는 대로 저는 하나님을 믿지만 독실하지는 못하다”며 “하지만 진짜 믿음 좋고 바른 기독교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 “우리의 삶은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하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기사마다 묻어있는 분노를 보며 살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설령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작은 마음의 공간이 없는 걸까”라고 반문한 뒤 “‘용서란 짓밟힌 제비꽃이 짓밟혀진 후 뿜어내는 향기와 같다.’ 저와 여러분의 마음이 들에 핀 제비꽃보다는 나았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해설위원은 지난 6월 에세이집 ‘말하지 않아야 할 때 : 이영표의 말’을 출간했다. 이 중 ‘무통주사’라는 챕터에 “주님께서 주신 해산의 고통을 피하지 말자”며 출산을 앞둔 아내가 무통주사를 맞지 않도록 했다는 일화가 등장했다.

이 글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본문에 아내도 동의했다는 구절이 나오기는 하지만, 네티즌들은 출산 시 산모가 느끼는 고통이 매우 큰 점을 지적하며 ‘지나친 성경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 해설위원은 지난 2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등극하는 등 구설에 올랐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 해명글 전문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영표입니다. ^^~

항상 뉴스의 스포츠면에서만 여러분들과 함께 울고 웃다가 처음으로 최근 며칠 사회면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뉴스의 사회면은, 스포츠면에서만 놀던 제가 아는 네티즌분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고 거칠더군요. 스포츠면에서 종종 보였던 저에 대한 쉴드나 스포츠인들 만의 약간의 정은 사회면에서는 얄짤없었습니다. -.-;
역시 강력범죄와 수많은 불법을 다루어온 분들이라 그런지 댓글이 상당히 세련되고 날카로웠습니다.
^^~

2005년 제가 네덜란드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할 때 아내는 축구에만 집중하라며 출산 몇 주를 앞두고 혼자 한국에 귀국해서 저 없이 첫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출산 몇 시간 전 전화통화에서 무통주사를 맞고 출산하자는 제 의견에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게 되면 아이가 힘들다며 끝내 주사 없이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둘째는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베컴이 태어났다는 바로 그 병원이었습니다. ^^~
다행히 이번에는 토트넘 구단의 배려로 경기에 결장하고 출산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이라 제가 너무 긴장했는지 진통이 시작되자마자 옆에서 계속 힘내라는 말과 함께 응원을 했습니다. 한 30분쯤 지났을 때 영국 의사가 짜증 섞인 말투로 제게 말했습니다. “좀 조용히 해주실래요.?” 곧이어 아내가 말했습니다.

“오빠 목소리 자체가 듣기 싫어..!” -.-;
진통 할 때는 응원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아내는 이번에도 무통주사를 맞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아이가 어머님과 함께 집에서 기다리는데 주사를 맞으면 출산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마음을 가진 아내 자체가 축복입니다. @.@~)

이제 문제의 셋째가 등장합니다.

이제 만 3살.. 이틀 전 광진구 ○○나라에 갔는데 키 큰 유치원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있는 게임을 한동안이나 혼자 점령하며 다가오는 두세 살 많은 언니 오빠들에게 “비켜..!”라는 반말을 했다더군요. -.-; 말은 조금씩 하는데 아직 귀가 안 열렸나 봅니다.

셋째는 밴쿠버에서 임신했습니다. 마지막 8개월째 출산을 위해 서울로 돌아와 아이를 낳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영국과 달리 캐나다 출생자는 캐나다시민권이 있는데 왜 굳이 서울에서 출산하냐고 물었지만 우리 부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부모와 아이들의 국적이 다른 게 싫었습니다.

셋째를 출산할 때쯤 저는 창세기를 읽고 있었고 출산을 코앞에 둔 터라 유독 출산의 고통을 언급한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종종 신앙적인 생각을 서로 나누는 우리 부부에게 첫째와 둘째에 이어 셋째를 출산할 때 주사를 맞지 않는 일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긴 하지만 길게 고민할 일도 아니였습니다.

출산한 지 얼마 후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후배가 저와 같은 병원에서 첫 출산을 하는데 무통주사는 꼭 맞아야 하는 거냐고 물어왔습니다. 제가 선택사항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자 옆에 있는 아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해.” -.-;

여러분들이 아시는 대로 저는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닙니다. 믿는 사람답게 올바로 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어디 가서 크리스찬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믿음 좋고 바른 기독교인이 되고 싶습니다. 불가능 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느낀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오해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실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겉으로 듣고 본 것 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친구나 동료 혹은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우리 모두는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지요 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고 판단함으로써 의도하지 않는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상황 이면과 주변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닐 때.. 우리의 삶이 서로 상처 주는 삶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삶.. 서로를 불행하게 하는 삶이 아니라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고단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이 짧은 시간들..

매일같이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는 각종 기사 마다 여지없이 묻어져 있는 분노의 찌꺼기들을 보며 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짧습니다.

혹 누가 설령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작은 마음의 공간이 없는 걸까요..?

[용서란.. 짓밟힌 제비꽃이 짓밟힘을 당한 직후에 뿜어내는 향기와 같다.]

저와 여러분들의 마음이 들에 핀 제비꽃보다는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영표 드림.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