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인근 인도에서 서 있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판정을 받은 20대 군인의 부모가 아들의 장기 이식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중환자실에 누운 아들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기도하지만 현실 앞에서 숭고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JTBC는 3일 뉴스룸에서 윤창호씨의 부모가 병원을 방문해 아들의 쾌유를 비는 장면과 이들의 심경을 담은 인터뷰를 내보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윤창호씨의 얼굴은 큰 사고와 집중 치료로 퉁퉁 부었다. 카투사로 군 복무 중이던 당시 부모에게 보내온 안부 인사 때와 판연히 다른 모습이다.
어머니 최은희씨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에게 “빨리 일어나야지. 엄마가 매일 기도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윤기원씨도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길어야 보름”이라며 윤창호씨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전했다. 아버지는 JTBC에 “새로운 생명을 주고 가는 게 제 아들 몫이고 더 이상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호씨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은 5시간 만에 10만명에 달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았다. 윤창호씨의 친구인 청원인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음주사망사고 운전자에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내린다”면서 가해자의 70%가 집행유예로 끝나고 재범률도 40%를 넘나드는 실태를 지적했다.
음주 상태로 외제차 BMW를 몰다 사고를 낸 가해자는 부상으로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가해자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러 커뮤니티에는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윤창호(22)씨는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달 25일 새벽 2시25분쯤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 인도에 서 있다가 A(26)씨가 몰던 BMW가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윤창호씨와 함께 서 있던 친구(21)도 크게 다쳤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