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척박한 토양에 아랑곳 않고 피어나는 무궁화 꽃처럼, K리그2(2부리그)의 아산무궁화축구단은 해체 위기에 굴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의경으로 구성돼 있는 아산에 더 이상 인원을 충원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구단의 해체를 통보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아산이 리그 선두에 오른 지난달 22일, 박동혁 아산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물지었다.
FA컵 무대에서도 아산 선수들은 포기를 몰랐다. 아산은 3일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전남 드래곤즈와의 8강전에서 1-1로 연장전까지 치른 후 승부차기(2-4) 끝에 아깝게 졌다. 그러나 K리그1(1부리그) 팀을 상대로도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분투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날 아산은 존립이 불투명해 혼란을 겪는 팀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산타카(아산+스페인식 패스 축구 티키타카)’라 불릴 정도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패스 미스로 공을 뺏기면 몸을 날려 태클해 다시 되찾아왔다. 아산은 전반 24분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끈질기게 추격했다. 결국 전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명주가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놓치지 않고 상대 골대에 꽂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남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한 김경민의 몸놀림이 가벼웠고, 최재현은 날카로운 발리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맞혔다. 한 골씩 주고받은 양 팀은 연장까지 공방을 이어갔지만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웃은 쪽은 전남이었다. 에이스 이명주의 두 번째 킥이 골대를 강타했고, 전남의 골키퍼 박대한은 네 번째 키커 김동진의 슈팅을 막아냈다. 전남 선수들은 모두 승부차기에 성공했다. 한 끝 차이로 4강 티켓을 놓친 박 감독은 “승부차기에서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산은 해체 논란에도 불구하고 리그 3연승을 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아산은 오는 6일 대전 시티즌과 K리그2 3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