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기엔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카림 벤제마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벤제마는 역대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다 골 공동 4위(56골)이자 현역 선수로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를 잇고 있다. 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52분을 뛰었지만 아직 유효슈팅조차 없다.
레알 마드리드는 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VEB 아레나에서 열린 CSKA 모스크바와의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G조 조별리그 2차전 원정경기에서 0대 1로 패했다. 아쉬운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26개의 슛을 퍼부었음에도 유효슈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자연스레 이날 풀타임을 뛴 벤제마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벤제마는 수차례 슛을 날리며 득점을 노렸지만 단 한 번도 상대의 골문에 향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리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아쉬움 남는 벤제마의 활약과 함께 팀 역시 지난 3경기 동안 단 한 번의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레알이 공식전 3경기 연속으로 무득점에 그친 건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모스크바를 상대로 최근 부진한 흐름을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했으나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쉬운 활약 속에도 레알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벤제마를 믿을 수밖에 없다. 정통 스트라이커인 9번 역할을 해줄 선수는 벤제마 뿐이다. 지난 시즌 지네딘 지단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 아래 종종 모습을 드러냈던 보르하 마요랄은 출전 시간을 이유로 레반테로 임대를 떠났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시즌 개막 후 벤제마는 레알이 치른 9경기에 모두 선발출전 했다. 가레스 베일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벤제마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로페테기 감독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벤제마를 토닥여줬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우린 벤제마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을 신뢰한다”면서 “누구나 이런 (부진한) 시기들이 있다”며 벤제마를 변호하고 나섰다. 이어 “벤제마는 훌륭하게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으며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며 “득점을 하는 것은 벤제마 뿐만이 아닌 팀 전체의 책임이다”고 밝혔다.
벤제마는 어느덧 레알에서 10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팀에서도 세르히오 라모스와 마르셀로를 이은 고참 선수다. 자신이 세계 최고의 팀에서 숱한 경쟁을 이겨가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증명할 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