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방앗간 옆 미술관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등 독특한 작품세계 눈길

입력 2018-10-03 12:48 수정 2018-10-03 16:09
발달장애 화가 정은혜씨. 만화가 장차현실 페이스북 갈무리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씨. 만화가 장차현실 페이스북 갈무리

만화가 장차현실(왼쪽)이 3일 전시회 개막에 맞춰 방앗간 외벽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화가 정은혜씨의 모습을 설치하고 있다. 정씨는 학교교육을 마친 뒤 한때 폐인처럼 방치됐다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인물의 특성을 잘 살려낸 캐리커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장차현실은 최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열린 '발달장애인문화예술네트워크'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와 "한번도 그림공부를 시킬 생각을 하지 못한 딸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차현실 페이스북 캡처






발달장애 화가 정은혜씨(왼쪽)가 3일 방앗간옆 미술관 전시회 개막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방문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만화가 장차현실 페이스북 갈무리

동네 방앗간 한 켠 공간을 이용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그림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회 ‘방앗간 옆 미술관’이 3일부터 7일까지 열리고 있다. 개막식은 3일 오후 2시 성황리에 개최됐다.

만화가 장차현실이 지난 5월부터 열어온 그림교실 ‘점· 선· 면 세상을 잇다‘(경기문화재단 지원)의 결과물들이다.

김풍자 이점달 박경현 류호관 황선우 정은혜 성지애 이슬기 윤다냐 염선호 정연찬 전승 노운율 13명의 그림 100여점이 경기도 양평 옥천리 희망방앗간 옆 미술관에 걸렸다.

김미경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씨 좋은 동네 방앗간 사장님 덕분에, 방앗간 옆 공간을 공짜로 전시장으로 빌렸다”며 “방앗간 건물 바깥벽에는 최근 큰 관심을 끌었던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힌트를 얻어, ‘니얼굴’을 그리는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씨와 뇌병변장애인 류호관씨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희망방앗간 옆 미술관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북부길9번길12의1에 위치해 있다.

만화가 장차현실은 페북에 올린 글에서 “나는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돈이 벌리는 일도 아니고 내 작업을 위한 전시도 아닌데…그저 무언가에 홀린 듯 준비를 함께 하던 김경희샘과 우린 그렇게 결론 내렸다.

‘이 일은 하면 신나서’

전시를 하려고 양평 미술관과 문화원에 문의해 보았지만 이미 올 해 대관이 끝났단다.

어쩐지 그렇게 으리으리한 전시장은 우릴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내가 어째서 아웃사이더의 정체성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그렇다.
우연히…고민을 하다 동네약국에 들렸다. 건너편에 자리한 방앗간 한 켠의 공간이 비어 있음을 알았다.

우연히…마음 좋은 방앗간 사장님을 만났다. 흔쾌히 허락을 하시고 공간대관료도 내지 말라 하신다.

그런 운 좋은 우연이 몇 개월간 그림 작업을 함께한 발달장애인 비장애인 13명의 전시 공간이 마련된거다.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도 용서되는 아주 편한 전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난 그 건물 벽면에 특이하게 생긴 은백이 누나 은혜씨를, 뇌병변장애로 불편한 걸음으로 동네를 다니는 류호관씨(호관씨는 이번에 우리 작업들의 영상작업을 하셨다),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호관씨 사진을 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건물 벽에 우뚝 붙여보고 싶었다.

양평광고기획사 사장님의 주선으로 박아지차를 불렀는데….

우리 어려운 사정을 들으신 사장님과 기사분이 박아지차 대신 으리으리한 스카이차량을 보내왔다….

한번 움직이기만해도 75만원인 것을 20만원에 대여해주셨다. 나의 첫째 언니가 후원해준 20만원으로 지불했다. 이젠 우연이 아니다.

해질녘 스카이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가니 저 멀리 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시원하고 기분 좋다.

사진을 붙이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나가던 소녀들이 고개를 쳐들고 은혜를 올려다보고 있다.

‘은혜를 우러러보는구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건물 벽에 붓질을 열심히 하다 뒤를 돌아보니 건물에 붙여진 거대한 은혜의 사진을 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은혜를 발견했다.

그렇다. 내가 원하던 표정이다.

예전에 은혜가 출연했던 영화 ‘언니가 이해하셔야 해요’의 대사 한 줄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요. 괜찮은 사람이거든요…언니가 이해하셔야 해요’”라고 썼다.

양평=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