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도 놓치는’ 소화기암까지 잡아낸다

입력 2018-10-02 16:05 수정 2018-10-02 16:06

한국인 사망 원인 중 1위는 암이다. 그 중 간암과 대장암, 위암, 췌장암이 2~5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소화기암은 사망률이 높아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초기에는 종양과 주변 점막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고 약간의 형태학적 소견과 색상 차이만 보일 정도로 발견이 쉽지 않았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기존 내시경으로 찾아내지 못했던 소화기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최첨단 내시경 장비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화기센터는 지난해 12월 최신 내시경기기인 ‘Eluxeo-7000’을 도입했다. 이 기기는 서로 다른 파장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BLI(Blue Light Imaging)와 LCI(Linked Color Imaging) 모드를 통해 특정한 파장을 보이는 병변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
BLI 모드에서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짧은 파장을 푸른색으로 나타낸다. 용종은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BLI 모드로 보면 푸른색을 띠고 있어 용종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LCI 모드에서는 적색 영역을 더 붉게, 흰색 영역을 더 밝게 보이게 함으로써 점막의 색 차이를 인식한다. 미세하지만 주위의 점막과 높은 색 대비를 가진 종양을 발견하는 데 용이하다. 또 암세포와는 다르지만 염증이 있는 점막도 색 대비를 통해 진단할 수 있어, 염증 속에 생기기 쉬운 종양을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위내시경 시 위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전암성 병변(이형성증) 또는 조기 위암인 경우 그 점막의 변화가 미미해 일반 내시경으로 보고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병변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거나, 크기 1cm 이하의 작은 종양은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BLI와 LCI 모드에서는 정상인 조직과 정상이 아닌 조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불분명했던 경계가 뚜렷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용종이 어디에 있고, 제거 시 어디까지 절제해야 할지 집도의가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카메라를 최대 135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고배율 모드를 통해 조직검사 전에 악성 종양(암)과 양성종양을 구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확대모드로 볼 경우 악성종양은 종양 특유의 불규칙한 형태를 보이지만, 추적 관찰만 해도 되는 양성종양의 경우 규칙적인 모습을 보여 내시경 상에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조직검사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암이 확실시 되는 환자임에도 악성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할 경우 잘못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고배율 모드로 악성종양인 조직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병원 소화기센터장인 이진 교수는 2일 “최첨단 내시경 도입으로 진단과 절제, 조직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가장 큰 강점은 아주 초기에도 악성 종양을 발견할 수 있어 사망률이 높은 소화기암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