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10대가 70대 경비원을 마구 때린 사건과 관련, 함께 현장에 있었던 10대 A군이 “(집단폭행이 아니라) 일행 중 1명만 할아버지를 때렸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경비원의 손자 B씨는 “해명 전에 잘못부터 인정하라”고 지적했다.
A군은 “저와 3명의 친구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가 전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사건 당일 술에 취한 A군 외 2명은 건물 2곳에 나뉘어 숨어 있었다. A군은 이를 “장난삼아 친구 1명을 따돌리려고 숨바꼭질 느낌으로 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군과 한 친구는 아파트에, 다른 친구 C군은 그 옆 건물에 몸을 숨겼다. 따돌려졌던 10대는 잠시 뒤 C군이 있던 건물에 들어갔다. 이 건물은 피해 노인이 경비를 서고 있는 곳이었다.
A군은 “가해 친구와 할아버님이 그곳에서 시비가 붙은 것 같다”며 “C군이 급하게 말리는 것을 저와 다른 친구가 보고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뒤 할아버지께 사과를 드렸다. 그 후 경찰이 도착해 가해 친구, 저, 같이 숨었던 친구가 경찰서로 갔다”고 덧붙였다.
A군은 “할아버지와 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란 저로서는 정말 죄송하고 답답하고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 글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게시됐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가 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위반 혐의로 D(18)군 등 10대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D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전 4시50분쯤 경기도 수원 장안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79세 경비원을 수차례 때려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함께 입건한 D군 친구도 폭행에 가담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D군 일행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의 손자 B씨는 A군 글이 게시된 날 페이스북에 “잘못한 거 인정할 줄을 알아라. 1명이 때리든 2명이 때리든 너희가 할 말이 있다는 게 놀랍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할아버지께 너희가 한 짓을 해명하고 싶냐. 왜 자꾸 해명하면서 돌아다니냐”며 “해명하기 전에 확실한 선을 둬라”고 했다.
B씨는 앞서 폭행 사건 후 촬영한 할아버지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건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될까 두렵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2일 오후 1시 기준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D군 일행의 행위에 크게 분노했다.
A군 사과문을 지적한 네티즌도 있었다. 일행 중 1명의 폭행으로 70대 노인이 크게 다친 상황에서 자신은 때리지 않았다고 해명글을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잘못한 것을 안다면 글부터 내리고 가만히 있어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