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을 최신의 미국 진단 기준(130/80mmHg 이하)에 맞춰 조절할 경우 심장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1%나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은 미국 기준 보다 완화된 140/90mmHg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 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지현 교수와 함께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 성인 1만5784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적용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연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이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 비율은 감소했다. 기존 목표 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 혈압인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 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심장학회와 심장협회는 지난해 11월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더 철저히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미국의 새 진단 기준은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고 기존의 목표 혈압도 달성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회적 부담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이 논란의 대상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5월 기존 국내 고혈압 진료 지침을 유지,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로 결정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지현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자신의 목표 혈압을 보다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고혈압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강시혁 교수는 “미국의 강화된 진단 기준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9월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