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수장 선동열 감독이 마침내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게됐다.
그것도 23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가 아닌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때 출석하게 된다. 사안의 중대성이 고려됐음을 알 수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 김수민 의원의 증인 신청 요구에 대해 여야 3당 간사단은 LG 트윈스 오지환의 선발 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선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 확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조만간 선 감독의 시민단체 신고 사건에 대해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선 감독은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수행사인’인 만큼 청탁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 사건이 이첩돼 정식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공무수행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신고 사건은 종결된다.
‘오지환 사태’가 선 감독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확대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야구계 수장인 정운찬 KBO 총재도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지환 사태’와 관련해 국민 정서를 제대로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물되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지환 선발의 핵심 당사자인 선 감독은 아직 아무 말이 없다.
이번 사안은 선 감독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병역 미필자를 끼워넣는 관행을 깨자는 취지다. 과거 구단들은 자신들이 마음먹은 대로 병역 미필 선수들을 끼워넣곤 했다. 4년 전 야구대표팀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금메달을 땄다. 24명 중 13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외야 수비에 문제가 있었던 KIA 나지완도 선발돼 결국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나지완은 대표팀에 뽑힌 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게 없었다. 그런 나지완이 한 강연에서 부상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셀프 폭로’했다. 매번 아시안게임 때마다 되풀이돼온 관행이었다.
국민들은 아시안게임이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인’ 병역혜택을 노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그리고 이런 관행을 깨지 않으면 프로야구의 발전이 없다는 사실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 이상 이런 관행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오지환 사태를 계기로 관행을 철폐하는 게 맞다.
그러기에 선 감독이 직접 나와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선 감독을 위해서가 아니라 야구팬들의 은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입을 닫고 있을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오지환 개인으로만 쏟아지는 비난을 좌시하고 있는 건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장된 임기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오지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으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마땅하다. 선 감독의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