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대학 시절 성폭행 의혹이 11월 6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의 초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상·하원을 모두 빼앗긴 민주당은 캐버노 의혹으로 최소한 하원은 되찾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저열한 공세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상·하원 수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연방 하원의원 전체인 435석, 그리고 50개 주 중 36개 주의 주지사를 뽑는다.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1석으로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이 47석,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이 2석이다. 하원 역시 공화당이 236석으로 제1당이며, 민주당 193석, 공석이 6석이다.
미국 NBC방송은 1일(현지시간) 캐버노 논란이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캐버노 논란은 지금 미국의 모든 이슈를 끌어당기는 블랙홀이 됐다.
시청률 조사기업인 닐슨은 20%에 가까운 미국 가정이 지난 27일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의혹을 다루기 위해 열린 상원 법사위 청문회 생중계를 지켜봤다고 밝혔다.
구글은 트렌드 조사를 통해 캐버노 논란이 정치적 사안으로는 드물게 연예계 소식을 비롯해 다른 뉴스들을 잠식하는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캐버노 논란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액트블루’는 청문회 다음날인 27일 소액 후원자들이 1000만 달러(약 111억 1500만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사이트가 생긴 2004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고 모금액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 선거 사상 가장 많은 여성들이 출마한다는 점도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연방 하원의원 선거가 출마가 확정된 여성 후보는 476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298명보다 178명이 증가했다. 또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여성도 53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40명을 넘겼다.
이 중 민주당 여성 후보가 전체 여성 후보의 75%를 차지한다고 NBC방송은 설명했다. 미투 운동의 여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차별적 행보가 여성 돌풍을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첫 피해 여성인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 대학 교수가 “가장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은 캐버노와 (그의 친구) 저지가 서로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라며 “캐버노의 성폭력이 인생을 철저하게 바꿔놨다”고 말한 것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약점도 민주당의 공격 포인트다. 버지니아주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바바라 콤스톡 연방 하원의원은 ‘미투(MeToo) 운동’의 적극적인 지지자지만 캐버노 지명자와 가까운 탓에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콤스톡 의원의 지역구 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제스 매킨토시는 “캐버노 논란은 여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며 “이는 당신의 고교 시절 강간범에게 낙태권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고민이 없지 않다. 트럼프 강세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중도 표심을 의식해 캐버노 논란을 소극적으로 다뤄야 할지, 아니면 민주당 지지자들을 겨냥해 강경하게 나가야 할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공화당의 판단은 정반대다. 공화당은 청문회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의혹들을 격앙된 표정으로 반박한 증언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켰으며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친공화당 유권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캐버노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좌파’와 ‘언론’이라는 표현을 쓰며 트럼프 식의 비판을 가한 것을 반겼다. 캐버노 지명자는 “나는 힐러리 클린턴의 복수를 원하는 반대세력이 주도한 정치적 타격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또 캐버노에 대한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전에 없었던 공화당의 단결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경파인 트럼프 지지자와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부시 지지자가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글렌 볼거는 “민주당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차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볼거는 이어 “민주당이 지금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분노 표심이 이미 여론조사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확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양당의 전망은 극과 극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관계자는 “캐버노 지명자를 저열하게 대한 것은 민주당에게 수류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내부 조사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