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에 ‘면역 항암제’ 개발 기여 美·日 의학자

입력 2018-10-01 23:29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는 ‘면역 항암제(면역관문 억제제)’라는 새로운 암 치료 영역을 개척해 인류의 암 극복에 기여한 미국과 일본의 의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일본은 2016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노벨상 수상에 시동을 걸었고, 지금까지 노벨의학상만 5명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1949년 첫 물리학상 수상 이후 이번까지 모두 23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이 노벨과학상을 받아 기초과학 강국의 면모를 또다시 입증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제임스 P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MD앤드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76)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2018년 노벨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체계 기능을 자극해 암 치료의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며 “이들의 중대한 발견은 암과의 싸움에서 획기적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인체 내 면역 체계에 제동을 거는(brake) 단백질을 연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면역 관문(Immune checkpoint)’ 수용체를 발견하고 기능을 규명했다. 암 세포는 주로 항암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데 이 때 면역관문 수용체 억제제나 상승제를 사용해 조절하면 환자의 항암 면역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면역 항암제의 장점은 일방 항암화학요법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과 장기간의 효과가 지속돼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암의 완치 내지는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 건강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도 “두 사람의 연구는 암과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일본은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 미국 MIT대 교수, 2012년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2015년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교수 4명의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냈다. 또 노벨과학상 23명 외에 문학상 3명(영국 국적 1명 포함), 평화상 1명 등 모두 27명이 노벨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혼조 교수는 이날 교토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연구 덕분에 회복한 암 환자들을 볼 때 가장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암 환자들을 위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고 ABC방송은 보도했다.

두 사람은 상금으로 주어지는 9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1억2400만원)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이날 노벨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발표가 이어진다. 단,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는다. 앞서 노벨문학상 선정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5월 내부 성추문 스캔들로 파문이 일자 “대중의 신뢰가 하락했다”며 선정과 시상을 취소했다. 한림원은 내년에 문학상 수상자 두 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민태원 조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