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아, 볼이 빨라졌는데?” “창피 안 당하려 전력투구 했어요”

입력 2018-10-01 17:52 수정 2018-10-01 17:56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 김지훈 기자

애제자가 ‘빅게임 피처’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스승은 흐뭇하기만 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지난달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류현진으로부터 3차례의 전화를 받았다. 승리를 거둘 때마다 김 고문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것은 류현진의 오랜 ‘루틴’ 중 하나다.

29일(한국시간) 팀의 명운을 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투 중인 LA 다저스의 류현진. 부상을 딛고 돌아와 다저스의 '빅게임 피처'로 인정받고 있다. AP뉴시스

류현진이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18일에도 어김없이 전화는 걸려왔다. 김 고문은 반가운 전화를 받고 “너, 왜 이렇게 볼이 빨라졌냐 갑자기?”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패스트볼의 속도가 시속 93마일(150㎞)까지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어깨를 수술한 선수가 종전 같은 구속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류현진은 “어휴, 창피당하지 않으려고 전력으로 던졌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김 고문은 국민일보에 전했다. 김 고문은 “빠른 볼까지 그렇게 오면 타자는 진짜 치기 힘들겠다”고 말하며 애제자의 기운을 북돋웠다. 제구력이 뒷받침된 다양한 변화구와 경기운영 능력만으로도 류현진은 수준급 선수다. 여기에 패스트볼까지 살아나니 김 고문은 기뻤던 것이다. 김 고문은 “2승만 더 하자. 7승은 해야 할 것 아니겠냐”고 덕담을 건넸다.

김 고문은 실상 류현진에게 몇 번의 선발 등판이 남았는지를 정확히 몰랐었다고 한다. 그저 동기부여를 도우려는 말에 가까웠지만, 류현진은 이후 스승이 시킨 대로 5일마다 1번씩 기어이 2승을 추가해 시즌을 마쳤다. 추석 연휴 중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에서는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가을야구’ 진출 명운을 짊어지고 던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부담을 이기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MLB 진출 이후 40번째 승리였다.

김 고문은 “그래서 토요일(샌프란시스코전 이후)에 전화를 할 때에는, ‘7승 정말 했네’ 하면서 서로가 웃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참 잘했다”며 류현진의 1점대 평균자책점을 크게 칭찬했다고 한다. 마냥 덕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 고문은 오랜만의 실점 상황을 되짚었다. 그는 “(닉 헌들리에게) 홈런을 맞은 공이 커터 아니냐, 커터가 높지 않았냐”고 물었다. 류현진은 “맞다”고 답했고, 김 고문은 “제구력이 중요하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김 고문이 앞으로의 등판 일정을 묻자 류현진은 본인도 모르겠다며 “정해진 것이 없어 대기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류현진은 스승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겠다”는 말을 했다. 김 고문은 “시즌 초에는 15승을 거두고 15번 전화를 하라고 했었는데 부상을 당했다”며 “절반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 그는 “평균자책점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훌륭하다”고 류현진을 칭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