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FC도쿄)가 다시 한 번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10월 A매치데이에서 구성될 ‘벤투호 2기’에서 지난 1기 때와 다르지 않게 장현수와 김영권이 수비의 주축을 이룰 가능성은 높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경남의 박지수도 있지만 플레이스타일상 김영권의 백업 요원일 가능성이 있다. 장현수의 입지는 벤투호에서 여전하다.
벤투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한 움직이는 축구를 중요시한다. 골키퍼와 수비수들은 물론 모든 선수들에게 긴 크로스나 롱볼보다는 짧은 패스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방 빌드업은 벤투식 축구의 핵심이다. 장현수는 그 연결고리의 시작과 같다. 센터백뿐 아니라 기성용의 자리를 대체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장현수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몇 차례 실점과 직결된 실수를 범했다. 벤투호 1기로 치렀던 지난달 칠레와 친선경기(0대 0 무승부)에서 후반 종료 직전 백패스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의 눈밖으로 밀렸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신뢰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도자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선수들은 예외없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며 “나는 선수를 평가할 때 한 번의 실수만 보지 않는다. 수많은 움직임과 판단 등 모든 것을 평가한다. 장현수는 지난 두 경기에서 아주 잘했다”고 말했다.
“여느 선수처럼 실수를 범했지만 크게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장현수의 선발 기용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벤투 감독이 이번 2기에서 강조한 점은 팀의 ‘정체성’이었다. 새로운 얼굴들이 있지만 기본 골격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차례 실책과 관계없이 장현수가 그간 대표팀의 중심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2016년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10경기 동안 총 1123분을 활약했다. 사실상 풀타임이다. 월드컵에서도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것이 장현수가 벤투호에서도 꾸준히 중용받는 이유다.
장현수는 벤투 감독이 주문하는 빌드업에 가장 큰 강점이 있다. 라인을 올리고 내리는 조율 능력과 미드필더진과의 간격 유지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라인을 올리고 내리는 타이밍을 가장 잘 안다. 다른 후보자인 김민재와 오반석, 유영선 등과 비교했을 때 장현수가 경험 외적으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현수만큼의 빌드업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센터백이 없다. 벤투 축구에서 김영권은 대체할 수 있어도 장현수 자리를 메우긴 힘들어 보인다.
전임 감독인 신태용 체제에서 스리백과 포백 등 다양한 전술이 실험되는 과정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선수 역시 장현수였다. 2018 독일전에서 기성용이 부상당하자 신 전 감독이 가장 먼저 장현수를 떠올렸을 정도였다.
장현수가 변하지 않은 신뢰에 보답할 차례다. 그간 실책성 플레이로 집중포격의 대상이 되며 심리적 부담감도 쌓였다. 이제 장현수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다가올 A매치와 아시안컵은 이를 극복할 기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