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 주제 무리뉴 감독과 ‘주급왕’ 알렉시스 산체스. 최근 팀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맡고 있는 둘이다.
맨유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에서 1대 3으로 졸전 끝에 패했다. 벌써 3연속 무승이다. 팀 내에서 최고 주급을 받고 있는 산체스는 벤치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올 시즌 부상으로 빠진 브라이튼 원정 경기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산체스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전술적 배려를 아까지 않고 있다. 산체스가 맨유에서 가장 선호하는 위치는 왼쪽 측면이다. 자연스레 동선이 겹치는 마커스 래쉬포드와 앤서니 마샬은 전술적으로 희생이 불가피하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왼쪽을 선호하는 이들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변칙적인 스리톱을 실험한 바 있다.
래쉬포드와 마샬을 기존의 위치인 왼쪽 윙포워드 쪽에 놓으면서 산체스를 2선에, 로멜로 루카쿠를 전방에 포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들의 공존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무리뉴 체제에서 선택 받은 이는 산체스였다.
하지만 산체스는 그런 무리뉴 감독의 신뢰에 전혀 보답하지 못했다. 올 시즌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3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 리그 6경기에 출전했지만 1도움을 올리는데 그쳤다.
산체스가 전술적 배려를 받고 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체스는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선수다. 전방에서 압박하며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바르셀로나에선 주로 오른쪽에 위치했고, 아스날에선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사실상 프리롤 형태로 움직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수비 밸런스를 위해 선수들에게 자기 위치를 지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산체스의 활동 범위가 왼쪽으로 제한되며 그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드러날 여지가 적다는 뜻이다. 롱볼을 바탕으로 한 무리뉴 특유의 수비 축구에서 산체스의 공격적 재능이 죽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짝을 이루는 폴 포그바 또한 공을 오래 쥐고 경기를 주도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영입한 스타들을 전술적으로 잘 조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롭게 가세한 프레드가 아직까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산체스의 부진은 단순히 무리뉴의 경기 운영 방식에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특히 지난달 22일 울버햄튼 전에서 산체스는 총 33개의 패스를 시도했지만 팀 동료에게 연결한 공은 단 23개뿐이었다. 69.7%의 성공률로 맨유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몸놀림도 무거워졌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잇따른 비판 속에 ‘최고 주급자’라는 무게가 그를 옥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맨유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은 분명 해보인다. 무리뉴는 현역 감독 중 펩 과르디올라를 이어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이다. 자신이 어떻게 감독으로 최정상 자리에 섰는지 전술적 역량을 발휘할 때다. 구단 수뇌부의 신뢰도 바닥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 본인일 것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