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이기적 요구만 나열” 몸값 거품 원인 ‘구단’ 못 건드려

입력 2018-10-01 15:20 수정 2018-10-01 15:56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1일 KBO의 FA제도 변경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예상대로 핵심 사안인 FA총액 상한제는 독소조항이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높다고 했다.

선수협이 내놓은 성명 전문을 보자. 반대 근거로 우선 시행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즉시 시행이라는 KBO의 제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는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논의 시기도 맞지 않다고 했다.

KBO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거부한 점은 의미있다. 시행 시기와 논의 부족을 거론한 점 또한 제대로 짚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공개적 논의 구조를 만들어 업그레이드된 FA제도를 만들자고 역제안했어야 옳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KBO는 밀실 이사회를 통해 제2의 제안을 만들어 선수협에 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핵심이 빠졌다는 점이다. 몸값 거품의 원인 제공자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바로 구단이다. 전문을 보면 “소위 FA시장의 과열 현상은 구단들이 선수들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선수 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문장 속에 ‘구단’이 포함되어 있다. 구단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제도가 잘못됐다는 소리로 읽힌다. 몸값 거품의 원인은 구단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무엇이 두려운지 나열 화법을 통해 구단을 살짝 건드리는 시늉만 했다.

또 선수협이 대안으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FA취득기간의 단축과 과도한 FA보상의 축소 또는 폐지, 연봉감액제도 폐지 등을 들었다. 대안에도 ‘구단’은 들어있지 않았다. 구단이 지출하는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조차 이 방안을 이미 시행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운찬 KBO 총재까지 직접 구단의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을 언급했음에도 선수협은 뭉개버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샐러리캡과 사치세가 도입되면 구단에서 선수들을 줄이고 연봉을 깎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건드리면 손해라는 생각을 선수협은 했을 것이다. 더구나 대안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연봉감액제도 폐지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산물이기까지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선을 요구했지 폐지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먹튀 FA선수들을 막기 위해 연봉감액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더구나 현행 2700만원인 최저 연봉을 4000만원까지 올리자고도 했다. 무려 148% 인상이다. 올려야 하는 게 맞지만 주장도 어느 정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프로야구의 발전보다는 선수들의 이익 사수가 우선인 선수협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수협은 KBO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막아내며 생색은 냈다. 그러나 구단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문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대안을 불쑥 내민 그들이다. 구단의 입장을 그대로 들고온 KBO나 선수협이나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자신들은 손해보지 않고 이득만 챙기겠다는 선수협의 대안에 어느 야구팬이 박수를 보내줄지 의문이다. 그들에게 프로야구의 미래나 야구팬보다 중요한 것은 구단과 선수들의 이익 사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