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중성화’ 논란…“개체 수 줄여야” vs “또 다른 학대”

입력 2018-10-01 18:00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중성화 수술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성화 수술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수술이 실효성이 없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길고양이 ‘구조’ 영상을 두고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제작자가 사는 집 앞으로 찾아왔다는 길고양이에 대해 먹이를 주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에, 제작자가 ‘좀 더 친해진 후에 중성화 수술을 해 줄 예정’이라는 댓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직접 키우지도 않을 거면서 왜 중성화 수술을 시키냐’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중성화를 해서 길고양이의 삶이 더 나아지는데 왜 비난하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좌측이 영상 제작자가 남긴 댓글이며, 현재는 두 댓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영상 댓글 캡처

◆ 중성화 찬성 “보호받지 못하는 길고양이 줄여야 ”

길고양이 중성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중성화 수술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도 하지만 길고양이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영상 제작자는 영상 댓글에서 “길에 있는 아이들이 무분별한 번식을 계속할 수록 힘든 아이들이 늘어난다”며 “발정기 때마다 교배와 출산을 반복해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길 위에서 살게 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중성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동물권 행동 단체인 카라(KARA) 관계자는 1일 “고양이에 대한 기본 생태 지식 결여와 무책임한 사육의 결과, 수많은 고양이들이 보호자나 집도 없이 거리에서 길고양이로 살아간다”며 “길고양이들은 질병, 굶주림, 추위, 로드킬 등 삶의 여건 악화에서 오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슬픈 삶에 노출되는 길고양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Stockphoto


◆ 중성화 반대 “먹이 주면서 개체 조절 논하는 것은 모순”

반면 길고양이 중성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중성화 수술이 진정으로 길고양이를 위하는 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데려다 키우지도 않을 길고양이를 중성화하는 것은 그 고양이에게 번식 본능을 뺏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개체 수 조절을 운운하면서 중성화에 찬성하는 것은 모순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남긴 한 이용자는 “사람의 시각에서는 길고양이를 줄인다는 명목이 있겠지만 (중성화 수술을) 당하는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학대를 당하는 것”이라며 “길고양이같은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것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려 고양이 유기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영상 내에서 중성화 수술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영상 게시자는 1일 오전 논쟁이 일어난 댓글 대부분을 삭제했다.

국민일보 DB


◆ 중성화 사업 시행 중이지만…비용 문제 얽혀 지지부진

길고양이 중성화가 논의되는 이유에는 소음이나 위생 문제 등 환경적 요인도 있다. 한밤 중에 길고양이가 울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잦고,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흘리거나 쓰레기 봉투 등을 뜯어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민원이 계속되자 몇몇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TNR’ 사업이라고도 한다. 몸무게 2㎏ 이상인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er)을 진행, 방사(Return)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자체들은 일반적으로 지역 동물병원 등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한다. 지자체 측에서는 중성화를 마친 길고양이 1마리 당 1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해당 병원에 지급하는데, 병원 측에서 지원금을 받으려면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사업 과정을 공개하는 지자체는 현재 서울시 뿐이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개체 현황과 사업 타당성 등을 자체 용역 등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우 현황 파악은 커녕 사업 효과 검증도 하지 못한 상태다. 지자체 측에서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얌체’ 사례도 있다. 병원 측은 실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채 지원금만 받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이 기르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로 위장해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받는 등이다.

병원 쪽 어려움도 있다. 주로 비용 측면이다. 서울시 내 지역구들은 고양이 1마리에 대해 지역 병원에 13~16만원을 지원한다. 수의사들은 수술과 입원·방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커 지원금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상 제작자와 비슷한 캣맘(cat mom· 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며 관리하는 사람)들의 민원도 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성북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주변 캣맘들이 포획부터 방사까지 계속 개입하는데, 이 비용 대부분을 병원 측이 부담한다”며 “(중성화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영상 사례처럼 자체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