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 인권 실태를 분석해 1일 발표했다. 한국성서대 산학협력단은 만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인권위가 ‘2017년 노인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 4명 중 1명(26.0%)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경제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노인(43.2%)과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노인(39.1%)일수록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독사를 염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4명 중 1명(23.6%) 꼴이었다. 70대 전반(26.9%)과 80대 이상(26.8%)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노인은 전체 10%로 집계됐다. 나이로 인한 차별을 겪었다는 노인은 21%였다. 이 경우에도 ▲1인 가구 ▲저학력층 ▲저소득층 ▲건강악화층 등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존엄사에 대한 노인들의 생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 83.1%는 ‘존엄사를 찬성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87.8%는 ‘호스피스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보고서에는 노인문제와 관련한 국가의 책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담겨 있다. 노인들은 대부분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1.1%는 ‘한국사회가 노인 빈곤을 예방하거나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응답자 4명 중 1명(24.1%)은 ‘생계유지가 어려웠지만 국가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만큼 공적연금을 받지 못하다’고 답한 비율도 30.7%였다.
노인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35.1%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인 것으로 봤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60대 후반이 다른 연령대보다, 교육 정도가 높을수록, 이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이들 중 80.4% 역시 편견 때문에 노인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자살·고독사 고위험군 노인층에 대해 신속한 개입 등 맞춤형 지원 ▲노인복지시설이나 가정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기초연금 소득 기준 적용 제외 등 기초소득보장 강화 ▲노인 일자리 수당 인상’ 등을 노인 인권 정책의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노인과 청·장년층 간 동의율에는 차이가 있지만 노인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은 같다”며 “노인인권 보호 및 증진 방안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었는데 우선순위 측면에서 노인은 노인복지의 전반적 확대를, 청장년층은 노인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노인이 되는 것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여정이지만 우리 사회의 낮은 출산율, 청장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세대 간 소통의 문제가 맞물려 노인세대가 미래세대의 부담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노인혐오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자살·고독사·우울·치매 등 고위험군 노인층에 대한 맞춤형 예방 및 지원, 기초소득보장 강화 및 일자리 확충, 세대교류와 소통 강화 등을 통해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을 비롯한 노인 인권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