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20일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난 북측 고위 인사들은 남측의 주요 이슈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했다. 9박11일 일정으로 유럽을 순방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북측 인사들과 나눈 대화가 담긴 ‘평양 수첩’을 공개했다.
회담 첫날인 18일 만찬 당시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박 시장에게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물어봤다고 한다. 이선권은 박 시장에게 3선 축하인사를 건네며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말했다고 박 시장은 전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22일부터 8월 19일까지 진행된 박 시장의 옥탑방 한 달 살이에 대해 북측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해 TV를 켜보니 KBS MBC SBS YTN이 다 나왔다”고도 했다.
북한의 한 고위 인사에게 “평화체제를 잘 만들면 20년 정도면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 인사가 “그거 아니다. 우린 10년이면 된다”고 말했다고 박 시장은 전했다.
북한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500만대를 상상해보라”며 “북한 인구가 2500만명이면 20%가 그걸 갖고 매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2년 KBS 남북교향악단 합동연주회 참관 경험을 소개하며 “그때는 ‘사회주의 강성대국’ 구호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들이 거의 사라졌다. 경제, 기술, 과학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