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이 깊은 여운을 남기며 종영했다. 특히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한 의병 사진 촬영 장면은 “소름이 돋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 장면은 30일 방송된 ‘미스터션샤인’ 최종회의 핵심 장면으로 등장했다.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는 의병을 취재하고 싶다는 영국 외신기자 프레더릭 아서 메켄지의 요청에 함께 의병들의 거점으로 향한다.
메켄지 기자는 “당신들의 적은 자신들의 만행을 덮고 있다. 조선의 사정이 외국에 알려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의병들을 설득했다.
의병들은 “우리 의병은 용감하지만 무기가 빈약하다. 총도 낡았고 총알도 떨어져 간다”며 “이러다 결국 죽을 거다. 그러나 일본의 노예로 사는 것보다 자유인으로 죽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촬영을 권하는 메켄지 기자의 말에 의병들은 나란히 섰다. 그러고는 “당신이 본 것을 세계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보고 있던 유진 초이는 “이 사진이 유일한 의병사진이 될 것”이라고 짚었고 그 순간 화면은 흑백으로 변했다. 낯선 외국인의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의병들의 모습은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실제 의병사진과 겹쳐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의 눈물샘이 자극된 것은 단순히 드라마가 주는 감동 때문만이 아니었다. 드라마에 재현된 의병들과 메켄지 기자의 대화는 1907년 당시 나눴던 실제 대화였다. 화면 속 의병들의 당당한 표정과 포즈도 실제 의병사진과 똑 닮아있다.
이들의 대화와 사진은 메켄지 기자가 1908년 출간한 책 ‘조선의 비극(The tragedy of korea)’에 그대로 담겨있다. 책에는 한일합병 전후의 역사적 실증과 저항과 대립, 증언 등이 기록됐고 27장의 사진도 수록돼 있다. 그 중 의병사진은 단 한 장이다.
메켄지 기자는 책에 “의병들의 나이는 18세에서 26세 사이였고, 얼굴이 준수하고 훤칠한 한 청년은 구식 군대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나머지는 낡은 한복 차림이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도 성한 것이 없어 보였다”고 기록했다.
“언제 전투를 했느냐”는 기자의 말에 한 의병이 “오늘 아침 아랫마을에서 전투가 있었다. 일본군 4명을 사살했고 우리 측은 2명이 전사,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답한 일화도 책에 담겼다.
또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의병들은 당당히 답했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라가 있어야 부모가 있고 부모가 있어야 내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싸우다 죽게 되겠지만 좋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다. 우리는 서양인이 우리 의병의 참상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이 본 것을 세계에 전해 우리 현실을 알려주길 바란다. 그럼 이제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도 좋다”.
‘미스터션샤인’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없는 영웅, 무명의 의병에서부터 시작됐다. 드라마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는 이 의병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션샤인’은 처음 계획했던 그대로 의병들의 모습에만 집중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