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나선 모 아동 양육·보육시설의 피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차 피해를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원장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했지만 조치가 2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복성 학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부모가 없다고 저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해요.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는 “어릴 적 고아가 돼 광주 YWCA 부속 보육시설에서 자랐다”며 “제 학창시절은 늘 슬픔과 애통이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호텔리어가 꿈인 A씨는 작은 눈이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그는 고교 2학년이던 2016년 1월,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40만원으로 시설 측에 알리지 않고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A씨는 평소 폭언을 일삼던 원장이 두려웠던 터라 수술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됐다고 전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원장은 몇몇 직원과 함께 A씨를 차에 태워 정신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의사가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원장은 시설로 돌아온 뒤 A씨에게 반성문을 수차례 쓰게 하고, 다른 아동들 앞에서 읽게 했다. 이를 거부하면 “정신병원에 가고 싶냐”고 협박했다.
뉴시스는 인권위가 지난 2월부터 이 시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원장이 2013년 9월 부임한 이후 ‘품행 장애’ 등을 이유로 초등학생 4명과 중학생 1명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입원 기간은 2개월에서 20개월 사이였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동을 학대 전력이 있는 친아버지에게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원장은 이를 ‘일시 귀가 조처’라고 명명하며 징계 수단 중 하나로 활용했다. A씨를 정신병원에 데려가기 전, 세 차례의 회의를 열어 A씨에 대한 악평을 써오라고 직원들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7월 19일 YWCA에 원장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뉴시스는 “광주 YWCA 이사회에 참석했던 일부 이사들이 인권위 권고 사항을 지난달 10일에야 (YWCA에) 보고했다”며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YWCA 측이 책임 회피성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A씨는 청원에서 “인권위 조사 후 저에 대한 보복성 학대가 노골적이라서 너무 무섭다”면서 “직원들은 제게 ‘너는 어차피 을이다. 그만해라’라며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싶냐’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실을 광주 YWCA 사회복지 법인 전 대표에게 알렸지만 ‘광주 YWCA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라며 사실 은폐에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장은 ‘네가 미친X이라 정신병원에 보내라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다’며 인권위 조사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저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갈 곳도 없고 더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여기에 하소연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현재 대학교 1학년인 A씨는 태어난 지 약 1달 뒤 한 아파트 입구에서 발견돼 보호소를 전전하다가 5세가 되던 2004년 이 보육시설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에 1일 전화로 확인한 결과 원장은 아직 근무하고 있다. A씨도 퇴소하지 않았다. 원장의 해임 예정일 등을 물었지만 관계자는 “제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광주 YWCA에도 연락해 인권위의 권고 조치 이행이 늦어진 경위를 문의했지만 “담당자가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며칠간 연락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법인 내 다른 시설인 YWCA 솔빛타운은 최근 A씨와 상담한 뒤 원장과 이사 등 9명을 지난달 13일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A씨가 올린 청원은 1일 오후 1시 기준 99명의 동의를 얻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