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이 30일 마지막회 방송을 끝으로 24회의 대장정을 마무리지었다. 상반기 최대 화제작답게 방송 내내 이슈를 몰고 다닌 이 드라마는 최종회에서 18.1%(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의 시청률로 자체 신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 자체로도 화제지만 종영 시점에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오는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관함식 행사와 관련해 일본의 욱일기 게양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사의 해상 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에 태극기와 자국 국기를 함정에 달아달라고 요청했고,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상징은 욱일기”라며 욱일기 게양을 고집하면서 논란이 이는 중이다.
정부는 욱일기 게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자위대의 행사 참가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미스터션샤인>의 최종회는 욱일기 게양을 왜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드라마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가장 부각된 것 중 하나가 당시 대한제국의 친일파 관료들이다. 일명 ‘매국노’로 지칭되는 이완용, 송병준, 이병무 등 드라마 상에서 별다른 대사나 역할이 없음에도 작가는 꾸준히 친일파들을 등장시킨다. ‘을사오적’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정미칠적’ 등과 같은 시대별 친일파 매국노들을 드라마는 분명하게 각인시킨다.
마지막회에선 특히 극중 주인공 중 한 명인 변요한(김희성)이 궁궐에서 이들 매국노의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변요한이 극중 “친일과 매국도 기록해야 한다”며 꾸준히 일제의 만행을 기록하고 알리는 활동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여기서 드라마의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스터션샤인>은 친일과 매국의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잊혀진 의병들을 기억하는 일만큼 나라를 팔고 동포를 죽음으로 내몬 친일파들도 기억해야 한다는 게 드라마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이는 변요한이 친일과 일제의 만행을 기록한 사진과 기록물들을 땅에 묻은 뒤 결국 죽음으로 이것들을 지키는 장면으로 극대화된다. 변요한은 결국 일제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사진과 기록물을 내놓으라”는 일제의 고문과 폭행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밝히지 않은 채 죽음을 맞는다. “풍수가 좋은 땅이니 훗날 꼭 발견되거라”라며 사진과 기록물을 자신의 사무실 땅에 묻으며 변요한이 당부한 이 말은 그의 유언인 셈이었다.
드라마에서 욱일기는 일제의 상징물로 매우 자주 등장한 장치이기도 하다. <미스터션샤인>이 마지막회를 통해 말하고자 한 주제의식은 자위대의 욱일기가 왜 이 땅에 들어와서는 안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인 이병헌(유진 초이)의 장렬한 죽음 역시 욱일기 논란과 함께 곱씹어봐야 한다. 이병헌은 극중 내내 “조선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김태리(고애신)와 김갑수(황은산) 등 의병들을 구하느라 뛰어다닌다. 그리고 그의 최후 역시 김태리를 구하는데 바친다.
이병헌이 구한 건 사랑하는 여인인 김태리인 동시에 조선 그 자체였다. 김태리는 극중에서 조선의 ‘화신’이다. 약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쟁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다. 김갑수는 김태리를 만주로 보내는 기차에 태우며 “조선의 미래다”라고 말한다.
이병헌은 자신이 이방인(미국인)이었던 탓에 끝까지 조선을 구한다는 생각을 부정하지만 결국 그는 조선을 구하는 쪽으로 걷고 있었던 셈이다. <미스터션샤인>의 최종화를 본 시청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쏟아내는 시청소감이 욱일기 논란의 또다른 답이 될 것이다. “어떻게 구한 나라인데”.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