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또 선수단 장악 실패… 사라진 카리스마

입력 2018-10-01 10:37 수정 2018-10-01 11:14
뉴시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한다. 집안을 먼저 안정시켜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큰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이 지금 가장 새겨들어야 할 말일지도 모른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부터 부임 3년차 해에 주축 선수들과 불화를 겪어왔다. 그의 ‘3년차 징크스’와 선수단 장악 실패는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띈다. 그의 3년차 징크스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2년차와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공가도를 달렸던 팀이 곧바로 추락하는 3년차를 말한다. 망가진 팀 분위기는 곧바로 성적 추락으로 이어진다.

레알 시절엔 팀의 상징이자 주장이던 이케르 카시야스와 대립을 겪었다. 당시 붙박이던 그를 벤치에 앉히고 디에고 로페스를 깜짝 중용했다. 둘의 갈등은 정점에 치달았다. 카시야스 역시 선수단 내에 파벌을 만들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3년차에 무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첼시로 떠나야했다. 무리뉴는 팀을 떠나며 “카시야스와 사적인 감정이 없었다”고 단언했지만 그가 좋지 않은 모양새로 레알과 작별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에당 아자르(왼쪽)과 주제 무리뉴 감독. AP뉴시스

레알을 떠나 첼시 사령탑을 잡고선 2년차인 2014-2015 시즌 단 3패만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듬해 무리뉴가 선수단과 마찰을 일으키며 극심한 부진에 빠져 한때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결국 시즌 도중 경질을 피할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태업 논란이 제기됐다. 에당 아자르를 비롯해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디에고 코스타가 그들이다.

맨유에선 폴 포그바, 앤서니 마샬과 불화설에 휩싸였다. 특히 포그바의 부주장직을 박탈하며 둘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 22일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의 무승부였다.

당시 포그바는 졸전 끝 무승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현지 매체를 통해 “우리는 홈에서 울버햄튼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했다”며 “홈에 있을 때는 공격하고 또 공격해야 한다. 올드 트래포드다. 우리는 이곳에 공격하기 위해 있다”며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공격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나는 선수이기 때문에 말 할 수 없다. 나 때문이 아니며 나는 감독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방식에 있어 더 많은 옵션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무리뉴 감독 특유의 수비축구에 대한 불만이 내포돼있다. 이 소식을 들은 무리뉴 감독은 크게 분노하며 그의 부주장직을 박탈했다. 포그바가 부주장으로 팀을 대표할 만한 선수는 아니며 누구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전언이다.

무리뉴의 선수단 장악력이 매번 3년차에 발목을 잡고 있다. 카리스마로 대표되던 그의 리더십과 선수단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온갖 경질설이 그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선수단을 장악하고 당장 결과를 내야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