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전거에 독도 새겨진 깃발 꽂고 美대륙 달린 청년들

입력 2018-10-01 10:11 수정 2018-10-01 14:36

‘독도를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에 다녀온 대학생 셋. 6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 미국 북서부 시애틀부터 멕시코 북서부까지 오로지 자전거만 타고 종단했다. 두 달을 꼬박 내달리며 수없이 많은 곳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을 만났다. 그때마다 ‘우리가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자전거 뒤에 꽂힌 ‘독도가 새겨진 깃발’을 가리키면서 말이다.

미국 전역에 독도의 역사와 우수함을 알리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청년세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싶다는 이들. 국민대 3학년 길태진, 중앙대 3학년 이경준, 중앙대 2학년 하우영으로 구성된 사)대한민국 독도협회 SNS기자단 소속 DOPP팀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미국에서 보낸 두 달… 일본인에게도 알린 우리 땅 ‘독도’

이들은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했다. 따라서 미국을 종단하며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대한민국 관광지로서 독도의 우수함’을 알렸다. 당연히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이것이 전 세계인 모두가 알아야 할 올바른 사실이라고 했다.

이들은 해가 뜬 시간 대부분을 자전거 안장 위에서 보냈다고 했다. 이경준 학생은 “처음 9일 정도는 다리 통증보다도 엉덩이 안장통에 몸부림 쳤다. 하지만 육체적인 괴로움보다 힘든 것은 ‘오늘 밤에 씻고, 잘 집이 없다’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보상은 분명했다. 많은 외국인이 귀기울여주었고,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이미 독도를 둘러싼 분쟁을 아는 이들을 만났을 때는 특히 더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경준 학생은 “한 외국인이 ‘독도에 몇 명이 사느냐’고 물었다. ‘김성도씨 1가구만 살고 있다’고 답하니, 그렇게 작은 섬을 두고 왜 싸우냐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마다 ‘독도는 영해와 지하자원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을 의미한다’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일본인과도 독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길태진 학생은 “처음에는 우리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물론 걱정도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얘기를 끝까지 들은 일본인들은 여느 외국인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도쿄에서 왔다는 일본인 친구는 ‘다케시마(독도)를 두고 한국과 다투고 있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별 관심 없다’고 했다. 일본 국가적인 차원에서 독도를 두고 여러 대응을 하지만, 정작 일본 국민이 느끼는 독도에 대한 마음은 가벼웠다. 독도를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고 자라온 한국인의 진심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일본인에게 독도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독도와 관련한 영문설명이 적힌 팝업카드와 강치(자체 제작한 독도캐릭터) 배지를 함께 선물했다. 진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출국 전부터 부지런히 준비한 것들이다. 또 미국과 멕시코 랜드마크 곳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렸다.

◇ DOPP의 선택… #독도 #미국 #자전거

이들이 특히 ‘독도’를 선택한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앞서 고종황제는 먼저 독도를 울릉도 부속 섬으로 제정했다. 하우영 학생은 “독도는 단순히 대한민국 영토의 가치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우리 영토 주권의 상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독도에 대해 더 알고자 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것만이 독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탔다.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이기에 전할 수 있었던 선한 영향력이 분명 있었다고 했다. 자전거는 평균속도 15km/h 내외다. ‘빠르게’가 아닌 누구보다 ‘깊고 천천히’ 아메리카대륙을 누비며 독도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매일 80~100km를 달렸다고 한다. 순수 자전거 라이딩 시간은 하루에 6시간, 미국 북서부에는 산맥이 많아 하루에 50km를 타는 날도 있었고 길이 좋을 때는 130km를 타기도 했다고 했다.

왜 하필 미국이었을까. 여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은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하면서 한일 간 분쟁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했다. 최근 개편된 미 국무부 지도에는 독도를 지리적으로 표시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표시했다. 동해 역시 일본해라는 표기를 제외했다. ‘동해’와 ‘일본해’라는 표기의 의미를 같다고 치부한 것이다.


이경준 학생은 “동맹국이라는 미국조차도 (독도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방관하며 예나 지금이나 한발 물러선 채 분쟁지역이라고만 말한다. 우리는 미국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현실을 이야기했다. 독도 문제는 더 이상 한일 양국 간 문제가 아니며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DOPP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독도 알리기’ 제2탄을 기획하고 있다. 학교나 군부대를 돌며 강연을 통해 미국 독도 깃발라이딩 경험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청년에게 자극제가 되고, 나아가 역사의식에 침묵하지 않는 젊은이가 되도록 이끌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학교’를 많이 찾을 생각이다. 이경준 학생은 “일본에서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하여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30%는 독도분쟁 이유에 대해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청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전하겠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여 독도영유권문제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DOPP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세상의 주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바쁜 일상 탓에 우리의 관심과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세상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헬조선’이라는 비난이 아닌 ‘올바른 세상’을 직접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