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화가 난다’ 착각이 아니야…우울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은?

입력 2018-10-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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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나는 화는 실제로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최근 캐나다 궬프 대학(University of Guelph)의 한 실험에서도 탄수화물을 억제했을 때, 혐오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생쥐에 탄수화물을 흡수할 수 없도록 하면서 반응을 관찰했다. 방을 두 개로 나눠 한 곳에서는 생리식염수 주사를, 다른 방에서는 포도당 흡수를 막는 주사를 놨다. 그냥 주사는 빠르게 익숙해져 별 다른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포도당 흡수를 막는 주사엔 큰 혐오감을 보였다. 그 방에서 멀어지려 했고,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이는 주사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아닌 포도당 흡수 감소가 불안함을 야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우리가 우울한 이유

우울증의 근본 원인은 유전, 심리, 환경 중 어느 것이라고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기제는 신경계(노르에피네프린 또는 세로토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식욕과 수면욕 이상은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를 조절하는 중추 신경계 부위에는 세로토닌 신경원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또,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들에서 중추신경계, 시상하부 그리고 편도 핵 등에 있는 세로토닌의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세로토닌의 결핍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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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호르몬, 음식으로만 얻을 수 있다?

세로토닌. 일명 행복호르몬은 음식을 통해서만 신경계에 작용할 수 있다. 혈관·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어 뇌신경세포에서 합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세로토닌의 전구체가 아미노산 종류 중 하나인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은 음식을 통해 흡수해야만 하는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이다. 음식 섭취로 호르몬 생산량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우울증과 같은 심리학적인 병도 음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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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토판이 아미노산 중 하나기 때문에 자칫 고단백 식품이 세로토닌을 증가시킨다는 오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고단백 음식물을 먹어도 뇌의 세로토닌 수준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섭취한 단백질에 다른 아미노산들이 훨씬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아미노산들이 뇌에 더 많이 흡수돼 유의미한 세로토닌 증가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고탄수화물 음식을 먹었을 때 뇌의 세로토닌 양이 증가했다.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다른 아미노산들이 근육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혈장에 남은 트립토판이 상대적으로 많이 뇌에 흡수돼 세로토닌으로 합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기분이 우울할 때 행복호르몬을 합성하기 위해 탄수화물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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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우울을 넘어 화가 난다!

세로토닌 결핍은 공격성과 관련이 있다. 폭력 혐의로 기소된 범죄자들이나 성격 테스트에서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 사람들을 조사했을 때 모두 평균보다 낮은 세로토닌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뇌에 세로토닌이 적을수록 충동적인 폭력을 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수화물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때론 우울을 넘어 화가 나는 이유는 세로토닌 부족 때문이다.

우울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을 식이로 섭취하려 할 경우 다른 아미노산이 더 많이 섭취 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세로토닌의 합성을 돕는 비타민 B6나 무기질, 혹은 인슐린을 섭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른 아미노산들이 근육에 흡수되게 하는 당질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지나친 과용은 금물이다. 트립토판의 과용은 근육통, 부종, 탈모중과 피부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