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말한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의 반응은 차갑다.
미국 언론들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체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몇 시간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발언’이 나온 점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설명하면서 “나는 거칠게 나갔고,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며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친서를 거론하며 “그는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보냈다. 멋진 편지들이었다”며 “그리고는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반복했다.
‘사랑 발언’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다가 나온 것이었다.
USA투데이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고위 관리(리용호 외무상)는 ‘미국이 상응 조치를 담은 따뜻한 말로 도와주기 전까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고위 관리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고 말한 뒤 몇 시간 뒤에 나왔다”고 꼬집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유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낙관적인 시각을 제시했지만 협상은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만다 비노그래드 CNN방송 애널리스트였다.
그는 “사랑은 아픔을 준다(Love hurts)”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비노그래드는 김정은 위원장이 생·화학 무기를 비축하고, 미국 중간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표현은 김 위원장과 ‘나쁜 녀석들’에게 아첨을 떠는 친서를 보내는 한 악의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비노그래드의 글은 ‘주간 브리핑’이라는 개인 칼럼에 실렸다. CNN은 이 칼럼은 비노그래드의 사견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