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유력 언론이 북한 사회 내부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이 ‘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30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기념식에 초대받은 2명의 기자가 쓴 특집 기사에서 “시장경제 파도가 북한 전역을 덮은 지는 오래됐고, 위에서 아래까지 전(前·앞)을 보고 전(錢·돈)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조보는 “폐쇄된 국가의 수도라는 이미지를 가졌지만 평양의 첫 인상은 매우 정상적인 도시였다”면서 “도시에는 레스토랑, 술집, 카페 등이 있고, 마트에는 북한 자국산 식품과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 심지어 프랑스 화장품과 일본 비데 등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조보는 “1980년대 중국에서처럼 네슬레 커피는 북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선물이고, 평양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부유층은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연합조보는 또 북한의 변화상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내부에서만 연결된 인트라넷만 사용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보급률은 이미 매우 높다”고 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이 외국인을 피했다면 현재 일부 중산층과 대학생들은 외신들의 인터뷰를 꺼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전했다.
연합조보는 북한 공무원 월급이 2000~7000원(북한 화폐 기준)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암시장을 통한 불법 취득 수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합조보는 “북한주민들이 월급 이외 상금, 인센티브 및 기타 암시장을 통해 불법으로 취득한 수입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공식적인 원화 환율은 1달러=99원이지만 암시장 거래에서의 환율은 1달러=8100원”이라며 “이런 차이는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와 은밀한 경제 격차를 반영해 준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합조보는 “북한 주민 생활 수준 제고, 취업 기회 증가 등으로 김정은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으며 단지 북한 당국의 선전 조작에 따른 허상이 아니라고 일부 관측인사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
왕성 지린대 국제정치학 교수도 연합조보에 “북한 노동자, 교수 등의 월급은 ‘상징적인 수입’에 불과하며 이들은 암시장, 시장 및 다른 채널을 통해 많은 다른 수입을 얻고 있다”면서 “그들의 월급은 생활수준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정보를 통한 대략적인 추측에 따르면 북한 중산층의 월수입은 매월 400~500달러(약 44만~55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약 300만명의 평양주민 대부분은 2500만명에 달하는 북한 국민 가운데 고수입자들로, 그들의 이익은 정권과 긴밀히 연결됐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충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평양의 상황도 북한의 정세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