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꽃다운 나이에…” 인니 강진 속 수백명 구한 후 목숨 잃은 관제사

입력 2018-09-30 22:30
뉴시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규모 7.5 강진으로 희생자 수백명이 발생한 가운데, 한 관제사가 남은 비행기를 무사히 이륙시키고 자신은 부상을 입어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현지 언론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관제사 안토니우스 구나완 아궁(21)은 28일 지진 발생 당시 팔루 무티아라 SIS 알 주프리 공항에서 수백명이 탑승한 여객기를 이륙시킨 후 대피하다 사망했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지진 탓에 활주로에 균열이 250m정도 발생해 관제탑이 심하게 흔들렸고, 건물 일부도 파손됐다. 관제탑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했지만 아궁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승객 수백명을 태운 바틱 항공 소속 여객기 6321편이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궁은 흔들리는 관제탑에서 여객기가 완전히 이륙할 때까지 조종사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가 이륙한 직후 아궁은 4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지만 다리, 가슴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아궁은 끝내 구조 헬리콥터로 옮겨지기 전 사망했다. 그는 22세 생일을 한 달 앞둔 상태였다.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관제기구 에어나브(AirNAV)는 아궁의 희생을 기리며 그의 직급을 두 단계 올려주기로 했다. 에어나브의 대변인은 “아궁은 자신의 목숨을 잃는 대신 여객기에 타고 있는 수백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밝혔다.

강문정 인턴기자